이것만 있다면 나도 공유가... 연말연시 사랑받는 카누선물법 5

sodamasism2019-12-3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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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웃음은 처음 봤다. 나도 저런 미소를 받아볼 수 있을까”

여자친구를 기다리면서 한 해의 사진을 정리한다. 사진을 넘기다가 그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발견했다. 경남 하동에서의 여행이었지. 문제는 미소의 대상이 내가 아니라 배우 공유의 등신대와 함께 찍은 사진이라는 것인데. 표정이 뭐랄까. 돌아올 2020년에 올림픽에서 전체 1위를 하고, 롯데 자이언츠가 야구 우승을 해도 지을 수 없을 행복한 표정이었다. 공유. 이런 도깨비 같은 남자 소… 소금 가져와. 소금!

침착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자. 심지어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 심지어 나는 각종 음료를 선물 받는 몸이라고. 오늘은 맥심의 본산 ‘동서식품’에서 보낸 선물을 퀵으로 받기로 했다. 과연 무엇을 보내준 걸까. 이나영의 모카골드, 김연아의 화이트골드?

아니었다. 퀵 선생님이 주신 상자 안에는 공유가 나오는 ‘카누’가 있었다. 그것도 13종이나.

특명! 마시즘
카누를 숨겨라
(왜 이렇게 주셨죠? 뭔지 모르지만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그냥 사무실에 배달해달라고 할 걸. 괜히 으스대려다가 카누 폭탄(?)을 맞게 되었다. 카누 다크 로스트, 카누 마일드 로스트, 카누 시그니처, 카누 디카페인 어휴 뭘 이렇게 다 챙겨줬어. 아마도 가방 가득한 카누를 보는 순간 여자친구는 공유 생각으로 가득하겠지? 그 하동에서 봤던 ‘공유웃음’을 다시 목격하고 싶지 않아!

시계를 봤다. 여자친구가 오기까지는 1시간 30분이 남았다. 좋아 이 녀석들. 모두 포장해서 숨겨주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양도… 아니 선물해버릴 거야! 오늘 마시즘은 연말연시(를 핑계 삼은) 카누 선물 방법이다. 기왕 주는 거 받는 사람도 좋아한다면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카페에서 유학 온 후배에게
(카누 시그니처, 없어서 못 마시는 거다)
마시즘 사무실에는 카페에서 일을 하며 20대를 보낸 후배가 있다. 하지만 이미 사무실은 나의 인스턴트커피가 지배하고 있는 공화국. 결국 후배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남자다) 꾸벅꾸벅 졸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직 카페에서 내린 아메리카노만이 후배를 눈 뜨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을 준비했다. ‘카누 시그니처(다크 로스트, 미디엄 로스트)’. 이 녀석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라고 말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인스턴트커피들 중에 프리미엄 라인에 속하는 ‘카누’가 그 한계를 뛰어넘은 프리미엄 중의 프리미엄이라고 할까.

일단 마셔보면 기존 인스턴트가 아니라 원두에서 내린듯한 아메리카노의 볶은 맛과 산미가 풍부히 느껴진다. 심지어 용량까지 기존 카페 아메리카노 규격을 맞췄다. 졸고 있는 후배에게 이 녀석을 일단 타서 알려 줘야겠다. 인스턴트 커피의 위대함을. 앞으로 카페에 가는 걸음을 낭비하지 말라.

힙한 것을 찾아다니는 동생에게
(라떼장인도 울고 갈 카누 라떼 시리즈)
동생에게 겨울방학은 만남의 비수기다. 캠퍼스는 텅텅 비고 어딘가 혼자 나가기에는 추우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실 것은 챙기는 것이 우리 같은 집돌이, 집순이의 숙명이다.

그래서 ‘카누 라떼’를 챙겨주려고 했다. 아직 아메리카노가 어려운 동생에게 부드러운 카누 라떼는 입맛의 합격을 부르는 맛이니까. 거기에 묻고 ‘카누 더블샷 라떼’까지 준비했다. 그러다 발견해 버렸다. 카누에 ‘티라미수 라떼와 바닐라 라떼가 있었어?

‘카누 티라미수 라떼’는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한 제품이다. 라떼와 핫초코의 중간을 달리는 맛으로 코코아와 마스카포네 치즈가 들어갔다. 티라미수 특유의 달콤하고 담백 쫄깃한 맛 덕분에 입안에 사르르 녹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마시는 느낌이다. 이어서 바닐라 라떼. 달달한 향에 비해 맛이 엄청 달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두 음료 다 마시고 나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끝 맛이 좋았다. 역시 겨울은 집에서 따뜻하고 달콤한 라떼지.

육아에 지쳐있는 누나에게
(육아도 잠도 편안하게 해주는 카누 디카페인)
커피 애호가에게 아이를 낳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밥보다 많이 먹는 커피를 못 마신다는 선고다. 임신부터 수유기간까지 거의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상의 일부인 커피를 함께하지 못한다니. 다행히 카누세트에 디카페인이 있었다. 물론 초록색 ‘카누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이미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왕년의 커피 덕후가 없을 리가 없지. 하지만 라떼는 어떨까?

카페인을 가리지 않는 마시즘이지만 ‘카누 디카페인 라떼’는 잘 만들어진 음료다. 보통 라떼와 비교해 향은 비슷하지만 맛은 더 강하다. 담백함 안에서는 우유의 존재감도 제법 있다. 무엇보다 카페인을 없애는 과정에서 화학용제를 쓰지 않았다는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라고 하는 점이 좋았다. 나는 몰라도 조카와 가족은 건강을 더 챙겨주고 싶으니까.

블랙커피가 마시고 싶은 아빠에게
(카누 스위트 아메리카노, 급하게 리본장식을 해봤다)
나에게 커피를 처음 알려주신 스승은 아빠다. 여전히 아빠의 “커피란 말이야 3:2:1이란다”라는 가르침이 기억이 나는데 3은 설탕 2는 커피 1은 프림이었다(나중에 프림은 빠지게 되었지만). 아빠 역시 나처럼 애기 입맛이었어. 가끔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은데 아빠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약간 아빠의 미각을 만족시킬 좋은 커피가 없을까?

‘카누 다크 로스트 스위트’와 ‘카누 마일드 로스트 스위트’는 딱 아빠를 위한 커피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누 마일드 로스트 스위트’가 살짝 달달하니 아빠의 입맛이다. ‘카누 다크 로스트 스위트’는 산미가 살짝 느껴져 새콤달콤한 기분마저 드는데. 이것은 엄마 스타일이다. 엄마의 커피 레시피는 2:2였거든.

아메리카노밖에 모르는 선배에게
(카누 아메리카노는 주머니나 가방에 쏙 들어가야 제 맛)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카누 아메리카노(마일드 로스트, 다크 로스트)’뿐이다. 사실 이것은 나를 위한 선물로 남겨놓으려고 했다. 사실 카누 아메리카노만 있으면 이런저런 카페 레시피를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거든.

하지만 결국 선배에게 ‘카누 아메리카노’를 주기로 했다. 매일 같이 회의에 미팅에 카페를 전전하던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는데. 자기 자리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찬 물에도 잘 녹고, 인스턴트 특유의 향미 없이 고소하게 만든 카누는 언제 어디서든 마시기 좋다. 혹시 모르지 나는 작은 카누를 줬을 뿐이지만, 감격한 그가 더 큰 선물을 줄 지도… 살짝 기대해본다.

완벽했다
그런데 여자친구에게는 무엇을 주지?
(카누 윈터 블렌드에 들어있는 텀블러, 귀여운게 최고야, 늘 짜릿해)
독특한 카누들을 모두 포장지에 숨겼다. 이제 여자친구를 만나면 카누도 숨기면서 주변 사람을 챙기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후배, 동생, 누나, 아빠, 엄마… 돌아보니 다들 너무 바빠서 커피를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구나. 아마 카누들이 일상의 잠깐의 텀에서 정말 기쁨을 주겠지. 겨우 질투 때문에 카누들을 처리하려고 했던 스스로가 반성이 되었다.

완벽한 계획의 끝은 자수(?)로 끝이 났다. 여자친구에게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카누를 이렇게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다 포장해서 다른 사람들 선물로 줘버리려고 했다고 했다. 대신 하나 남은 카누 윈터 블렌드는 그녀에게 주겠다고 했다. “이건 귀여운 눈사람 텀블러도 있어.”

여자친구는 고맙고, 잘했다며 웃음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_^

이모티콘 표정이 마치 사진 속 공유에게 보낸 웃음과 같아서. 향긋한 커피를 마신 듯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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