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내 몸 편한 속옷 입어요” 보디 포지티브 열풍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12-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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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홈웨어 브랜드 슬림9에서 출시한 ‘숨바꼭티’ 맨투맨 티셔츠는 안쪽에 에어패드를 장착해 브라와 티셔츠를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슬림9은 이 외에도 봉제선이 없는 ‘편해브라’, ‘네모팬티’ 등 편안함을 추구하는 ‘보디 포지티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슬림9 제공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가꾸자는 뜻의 ‘보디 포지티브’가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으면서 여성 속옷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편안함을 전면에 내세운 중소 단일 브랜드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내는가 하면 기성 속옷 브랜드도 와이어나 패드 없이 가슴을 받쳐주는 노와이어·브라렛 라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보디 포지티브 움직임은 해외에서 시작됐다. 천편일률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사랑하겠단 의미의 새 트렌드다. 이런 흐름에 지난달 섹시함을 강조해 온 글로벌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해마다 진행해 오던 패션쇼를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저조한 판매 실적이 이어지면서 올해에만 북미에서 53개 매장을 닫았다.





‘슬로기 제로 필’의 노와이어 브라. 트라이엄프 제공
이와 같은 기류는 국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노와이어·브라렛 등 기능성 속옷 매출은 올해 1∼11월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올해 상반기 국내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연령층에서 내의 구매 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착용감’과 ‘활동성’ 등 편안함을 1위로 꼽았다. 이에 와코루, 비비안, 비너스와 같은 기성 여성 속옷 브랜드도 브라렛이나 노와이어 속옷을 출시하고 있다. 기성 속옷 브랜드 트라이엄프의 경우 아예 ‘슬로기(Sloggi) 제로 필(Feel)’이란 와이어리스 제품 라인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온라인 판매 채널에선 편안함을 내세운 단일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다. 티셔츠 안쪽에 2mm의 에어패드를 봉제로 장착해 티셔츠와 브래지어의 기능을 합한 ‘숨바꼭티’, 와이어·후크·장식·봉제선·어깨끈 등이 없는 ‘편해브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슬림9에 따르면 해당 제품군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924%가 성장했으며 2018년 매출은 전년 대비 181%가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란제리 중심 편집매장 ‘엘라코닉’은 전체 제품의 90%가 노와이어 브래지어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엘라코닉은 2017년 처음 문을 연 이후 편안한 속옷의 인기에 힘입어 오픈한 지 2년 6개월 만인 12월 현재 매출 규모가 6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브라렛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이는 올해 초보다 3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언컷’의 브라렛. 언컷 제공
특히 엘라코닉의 PB브랜드 ‘언컷’에서 출시하는 제품은 모두 노와이어 디자인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엘라코닉은 SSG닷컴과 29CM, W컨셉 등 온라인몰에서도 반응이 뜨겁다”며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편안한 속옷 열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속옷업계 관계자는 “보디 포지티브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속옷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다시 와이어나 강한 압박으로 몸을 옥죄는 제품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