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대화하는 사람들, 일러스트레이터

soda.donga.com2019-12-21 1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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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커뮤니티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누구든지 일러스트 작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작가 개개인마다 독특한 그림체와 특유의 분위기는 누리꾼들의 취향을 저격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내와의 추억을 그림 속에 담다, 이규영 작가(@gyung_studio)

이규영 작가는 아내와 만나 연애를 시작하면서 재미있었던 일이나 행복했던 추억들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디자인 회사를 다닐 당시 이 작가는 매일 퇴근 후 2~3시간씩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를 SNS에 올렸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죠. 그는 현재 92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규영 작가는 “제 그림이 대단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그려진 건 아니에요. 우리는 행복한 순간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은데 저는 단지 그 순간들을 그림으로 기록해 간직할 뿐입니다. 이렇게 모르고 지나친 순간들을 모아 느끼기만 해도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도화지에 스며드는 것처럼, 박다미 작가(@puuung1)

박다미 작가는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작품을 하나둘씩 올리던 것이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첫 발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다미 씨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69만 명이 넘는 인기 유명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작품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태블릿PC로 채색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박 작가는 몇 년 전부터 매달 채택된 사연 하나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 작품 속에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예쁘거나 잘생기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림 속 캐릭터에 스며들어 공감하는 거 같아요”라고 네이버 그라폴리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림이지만 만화처럼 스토리를 담다, 명민호 작가(@93.minho)

어릴 때부터 꿈이 만화가였다는 명민호 작가는 여자친구와의 일상을 주제로 만화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연애하면서 느꼈던 감정, 감성과 함께 스토리가 담겨있는 만화 같은 그림입니다.

명 작가는 부모님의 반대로 그림 배우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막노동을 시작으로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한 달 내내 라면만 먹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죠. 현재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52만 명을 보유한 유명 작가입니다.

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선택하고 이어 나가던 힘든 거 같아요. 어차피 힘들 거라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든 게 낫지 않을까요?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분명 누군가는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다, 배성태 작가(grim_b)

"담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따뜻한 것이 필요할 때는 슬쩍 가져와 덮을 수 있게요"

만화를 전공한 배성태 작가는 처음부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니었습니다. 만화 그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하고 싶은 말을 그림 한 장으로 압축해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운 좋게 잘 맞았습니다.

배 작가는 아내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는 평소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에 행복했던 순간이 종종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에 그 순간들을 간직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었죠. 그는 “쌀알을 씹다 보면 단맛이 올라오듯이 일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일상도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좀 더 깊고 다양한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배 작가는 연남동에 작업실 겸 쇼룸을 열었습니다. 금, 토, 일요일에만 방문이 가능하며 엽서부터 포스터까지 다양한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그림에 담아낸다 심다은 작가(@todyadaeun)

심다은 작가는 몇 년 전 데일리룩을 그만의 캐릭터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무의미한 하루는 없다’는 좌우명을 가진 심 씨는 평범한 하루 속 사소한 순간들을 ‘한 장의 그림일기’에 녹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그림 한 장에는 하루 에피소드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오늘 입었던 옷을 종이 한구석에 크게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에 오늘 일상 이야기를 빼곡히 담아 놓았습니다. 또한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큰 눈으로 다양한 표정 변화를 표현했습니다. 최근 9월 초에 마무리된 ‘100DAYS 취향 일기’는 이런 특징들이 잘 드러나있습니다. 심 작가는 “일상 속에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넣고 싫어하는 것들을 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라며 취향 일기를 그리기 시작한 계기를 밝혔습니다. 누리꾼들은 “작품을 보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데일리룩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챙겨보게 됐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지우 동아닷컴 인턴기자 dla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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