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생들은 모른다는 추억의 음료 5

sodamasism2019-10-28 10: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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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리를 걷는다. 삐삐를 치지도, 마카레나를 추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추억에 함께 빠질 음료를 마시는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가자 오렌지족 느낌의 점장님은 외친다. 당신은 음료계의 신상털이 마시즘! 하지만 이제 여기에 신상은 없는 걸?

요즘 음료는
장유유서의 시대란다
요즘 인기 있는 음료의 필수요소. 그것은 맛과 가격, 그리고 ‘나이’다. 출시된 지 오래된 음료가 멋있고, 맛있어 보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심지어 인기가 없어 단종된 옛 음료들까지 재출시되고 있는 상황. 이대로 가다가 타임머신이라도 만드는 것 아냐?

오늘 마시즘은 추억에서 돌아온 음료들을 리뷰한다. 왜 나이는 똑같이 먹는데 너는 인기가 있고, 나는… 나는!!

ㄱr슴이 촉..촉…해진ㄷr
가을대추(1996년생)
(가을에 어울리는 글씨체)
아침햇살, 초록매실 이전에 ‘가을대추‘라는 음료가 있었다. 90년대 대추음료 열풍을 열었던 녀석. 웅진식품에서 음료를 만들게 한 녀석. 후속작으로 ‘여름수박’을 냈다가 쌍으로 망할 뻔한 그 녀석이다. 하지만 레트로의 열풍을 타고 가을대추가 돌아왔다. 옷깃을 여미는 쌀쌀함은 시큼하고 화끈한 대추 생강의 맛으로 날려준다.

낙엽이 가득한 길에서 버버리 코트를 입고 잠자리 안경을 끼고, 가을대추를 마시고 있으면 사람들은 내가 보고 있는 게 2019년인지 1999년인지 헷갈릴 것이다.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아
네버스탑(1998년생)
(운동장에서 이거 마시면 쎈캐였다)
21년 만에 네버스탑이 돌아왔다. 국딩, 아니 초딩들의 게토레이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들이 축구를 끝내고 마셨던 그 음료다. 뚜껑도 3단 변신로봇처럼 멋진 게 특징이다. 하지만 나는 축구도 안 하고 팬돌이를 마시던 녀석이었기에 이 멋진 음료를 마셔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21년 만에 드디어 이 녀석을 마실 기회가 된 것이다. 자식들 나도 이제 어, 어른이라고.

짜다. 자몽향이 살짝 나는 이온음료다. 뭐야 이걸 마시면서 이렇게 멋진 척을 했던 거였어?

오비베어스를 안다면
오비라거(1995년생)
(야구하듯이 깔아봤다)
곰돌이.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가 과거에는 OB베어스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마시즘이 팬인 KIA타이거즈의 오랜 팬들이 전신인 해태타이거즈 옷을 입고 다니는 그런 기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물어보니까 아니래. 이미 두산베어스가 너무 잘해서 추억팔이 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두산팬들도 흠칫 좋아할 만한 맥주가 나왔다. 바로 오비라거다. 맥주를 들고 춤추는 곰돌이에 혹해서 멀리 지방에서 서울까지 원정을 갔다. 부럽다 두산. 기아타이거즈는 수박주스 나왔었는데. 야구도 잘하고. 맥주도 맛있고(주륵).

주당은 파란 쏘오주를
진로 이즈 백(1970~80년대 디자인)
(떨어지는 낙엽을 안주 삼아 크)
올 상반기 음료계의 승자 중 하나는 ‘하이트진로’다. 맥주에서는 ‘테라’라는 신제품으로 히트를 쳤고, ‘소주’는 옛날 디자인의 ‘진로 이즈 백’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신비한 파란 느낌의 소주병과 진로라는 한자마저도 멋스러워 보인다. 오래된 듯 새로운 느낌 덕분에 애주가들의 아이템이 되는 데 성공했다.

나도 인싸가 되고 싶어서 틈을 노리다가 드디어 샀다. 친구가 없어서 술집은 아니고 마트에서 샀다. 하지만 마음만은 백만 팔로워를 가진 인싸 같았다. 기쁜 마음으로 사진으로 찍어보니 이거 무슨 알콜중독자같이 나왔잖아. 역시 음료가 문제가 아니다. 오직 든 사람만이 문제였던 것을 나는 알지 못했던 걸까?

건강보리음료
보리텐(1987년생)
(그 시대의 디자인이 이렇게 힙하다)
동네 최고의 음료 덕후라고 자부하는 내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해태음료의 보리텐을 마셔보지 못한 것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야 맥콜 좀 마시고 뭐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댔지만, 곧 보리텐과 보리보리를 아는 형님들이 나오면 공손하게 말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안 마셔봤으니까.

그런 보리텐이 소리 소문 없이 나왔다. 무려 용량이 1.5L. 크다. 맥콜과 비교했을 때는 더 구수하고 쌉쌀하다. 마치 콜라에 보리향과 누룽지 사탕을 누가 떨어뜨린 맛이랄까? 맥콜과는 확실히 다르구나. 그러면 보리보리는 과연 무슨 맛이었을까?

추억의 맛을 가지고
돌아온 음료들
(이것이 2019년의 음료들이다)
세월에 묻혀 사라졌던 음료들이 돌아오고, 기존의 음료들도 옛 옷을 꺼내 입는다. 누군가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레트로 열풍에 실증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새 것만을 추구하던 우리 사회가 잠깐 숨을 돌린 것이 아닐까. 오래된 음료라고 말하기엔 나이로 치면 30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걸.

그래서 더 바라본다. 옛날의 음료도 새롭게 출시된 음료도 모두 오래 우리 곁에 남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기를. 우리가 마신 음료에는 추억이 담기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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