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옥토버페스트?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

마시즘
마시즘2019-10-04 1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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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이 다가오면 그곳이 그립다. 맥주가 익어가는 향이 나는 곳. 잔이 부딪히는 박자에 요들송이 들리는 그곳.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물론 안 가봐서 하는 소리다.

지난 <만우절 공약특집>에서 밝혔듯, 마시즘은 구독자 100만 명이 되면 옥토버페스트에 가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힌 적 있다. 아직은 합쳐봐야 4만이 조금 넘는 수준. 하지만 반올림, 에누리, 사사오입 정도를 하면 100만 정도는 이미 이룬 것이 아닐까?



그래서 떠났다. 맥주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여권이 식기 전에 어서 떠나보자!

남해 독일마을로!
(독일 시골 마을이라고 속이고 쓸까 살짝 고민했다)
옥토버 옥토버 노래를 불렀는데, 이곳에 보내줄 줄은 몰랐다. 마음만은 백만이 아니냐는 말에. 이름만은 독일이 아니냐는 대답이 왔다. 그렇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독일. ‘경상남도 남해군 독일마을’에 왔다. 오는 길에 근처에는 ‘미국마을’도 있었다. 하하 이곳은 글로벌 시대고만.

(야, 너는 왜 눈을 그렇게 떠?)
뜻밖의 신토불이행과 태풍 소식에 심란하던 것도 잠시. 맥주를 마시기 딱 좋은 날씨가 펼쳐졌다. 거기에 바다와 이국적인 건물. 그리고 거리마다 파는 맥주와 소시지까지. 이거 완전 안경만 벗으면 옥토버페스트잖아. 심지어 말도 잘 통한다고! 오늘 마시즘은 옥토ㅂ… 아니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10.3~10.5)를 리뷰한다.


한글 패치가 완료된 옥토버페스트
(모습은 한국이지만, 소울은 독일이거든요)
맥주에 날씨만 좋으면 언제나 신난다. 옥토버페스트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이곳에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빅텐트’는 무대 광장에 마련되어 있다. 광장에는 독일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요들송을 부르거나, 신기한 악기를 연주한다. 약간 판소리 소울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겠지?

(올해 최고의 락스타셨다)
가만히 앉아서 맥주만 마시면 옥토버페스트가 아니다.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가 한창이었다. 다음 날에는 맥주잔 들고 달리기, 맥주 많이 마시기, 오크통 나르기 등의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분명 이걸 기획한 사람은 엄마한테 혼날까 봐 못해본 장난을 이곳에 쏟아부은 게 분명하다.

메르첸, 마스, 슈바인스학세
(이 맛, 이 잔! 오토버페스트 맥주는 역시 1리터지!)
사실 걱정했었다. 분명 나는 카스와 하이트도 좋아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독일스러운 맥주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옥토버페스트다운 맥주가 빠진다면, 이것은 한낱 코스프레에 불과할 수 있다. 다행히 광장에는 파울라너(Paulaner)와 아잉거(Ayinger)가 있었다. 헉 심지어 메르첸(Märzen)을 준다고?

‘옥토버페스트 비어’라고도 불리는 ‘메르첸’은 10월의 축제를 위해 ‘3월(의 독일어가 Märzen)’에 빚어진 맥주다. 밝은 구리색이고, 보통 라거들보다 도수가 강하다.

조금 더 맥주부심을 부리려고 한다면 ‘마스(Maß)’라고 불리는 유리잔에 맥주를 담아 마시는 것. 옥토버페스트는 기본이 1,000cc 마스 잔이기 때문이다. 남해 독일마을에서도 마스 잔으로 메르첸을 담아준다. 유리잔 보증금(현금)만 내면 마스 잔을 준다. 이 날씨에, 이 맥주를, 이 잔에! 미쳤다. 요들송도 감미로워.


(맥주에는 역시 고기다)
개인적으로 소시지는 ‘천하장사 소시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패스. 독일의 족발인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를 먹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이에른 왕족발의 맛. 메르첸, 마스, 슈바인스학세만으로도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기분이 든다. 이곳은 정말 독일이 아닐까(아니다).

남해에 독일 맥주 축제가 열린다는 것
(파독전시관, 광산을 재현해 놓은 복도)
정말 멀리 있고, 정말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나름 오밀조밀 독일의 느낌을 구현한 것이 재미있다. 광장에 있는 ‘파독전시관’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알고 보니 이 마을은 1960~70년대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난 7,936명의 광부와 11,057명의 간호사들이 고국에 돌아와서 모인 마을이었다. 코.. 코스프레라고 한 거 죄송합니다.

(바다가 보이고, 독일이 보이고, 한국이 보이는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파독전시관에는 고향에 가족을 두고 독일에 떠난 이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보관되어 있다. 돌아보면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추모공원도 있고. 맥주축제 한쪽에서는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갔던 주민들의 토크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2019년 9회라던데, 계속해서 좋은 축제로 남았으면 좋겠다)
바다가 보이는 시골마을에서 주민들이 만드는 축제의 느낌도 좋고, 독일 맥주의 맛도 너무 좋다. 단순히 독일의 맥주축제를 따라한 것만이 아닌 남해 독일마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떤 힘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일치기 옥토버페스트의 일정은 끝났다. 하지만 언제나 맛있는 맥주는 영원히 함께하기를!

* 덧 : 옥토버페스트보다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훨씬 좋은 점이 있다. 바로 맥주를 열심히 마시고 라면으로 해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면 진짜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