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임을 만끽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알게되죠”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9-30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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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은 “혼자 오래 지내다 보니 혼자 잘 지내는 철학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혼자임을 못 견디는 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관형
이병률(52) 하면 여행이라는 단어부터 떠오른다. 시인이지만 ‘끌림’(2010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2012년), ‘내 옆에 있는 사람’(2015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여행 에세이 3부작의 명성 때문이다. 5년 만에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달·1만5500원)를 펴낸 그를 27일 전화로 만났다. “‘내 옆에…’를 끝으로 여행 에세이는 마지막이란 걸 직감했다. 무엇에 대해 쓸지 고민하다가 내가 잘하고 깊이 아는 ‘혼자’를 주제로 잡았다”고 했다. 오랜 시간 혼자 지내온 그는 혼자 생활하고 여행하고 사색하며 건져 올린 문장들을 책에 담았다.

―여행 에세이 4부를 기대한 팬들도 적지 않다.



“시도 쓰고 책도 만드는 사람이다. 한데 시인이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여행이 중요한 시대에 책이 주목받으면서 ‘이병률=여행가’로 알려진 거다. 그 반응이 서운한 건 결코 아니지만 스스로 차분해지고 싶었다. 독자들의 환호 속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홀로 시간을 보내면서 써 내려간 글들을 엮었다.”



―‘혼자’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오롯이 혼자임을 만끽하면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휴대전화 속 세상이 권하는 취향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냉소적인 홀로 됨을 뜻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두려워서 선택한 고립은 위험하다. 선진국에는 이런 이웃들을 돕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혼자 경영’이라는 개념이 눈에 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목적지, 이동 방법, 먹거리 등 모든 것을 허들을 넘듯 선택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혼자 지내는 시간을 능숙하게 경영할 수 있다. 부모 세대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조금 줄이고 나 홀로 여행을 독려했으면 한다. 크고 작은 결정을 책임지는 경험이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



―‘나 홀로 여행’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행이 흔해졌다. 모두가 어디론가 떠나니 취향에 맞지 않는 여행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뜻깊은 여행을 위한 최고의 준비물은 소중함이다. 시간과 돈과 마음을 모아 두근두근한 기분으로 떠나야 한다. 의무감 또는 과시하기 위한 여행은 무의미하다.”



―다음 시집은 언제쯤 출간할 계획인가.

“내년 이맘때쯤 여섯 번째 시집을 펴낼 계획이다. 그간 시는 어떤 식으로든 어려움을 지녀야 한다는 ‘못난이 생각’을 해왔다. 시에 대한 열정과 패기가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것 같다.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짧게 쓴 시들을 선보이려 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