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교통사고 年사망자 0명 목표”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9-24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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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중앙역 앞 거리에서 보행자들이 차도를 건너고 있다. 승용차와 버스, 노면전차(트램) 등이 수시로 오가는 도로이지만 ‘보행자 우선 문화’ 덕분에 보행자들은 차량 운전자의 양보로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다. 오슬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지난해 노르웨이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8명이었다. 인구(약 529만 명) 10만 명당 2명으로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의 평균 4.9명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67만여 명이 사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5명으로 인구 10만당 0.7명이었다. 노르웨이가 세계 최고의 교통안전 국가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슬로에서 만난 노르웨이공공도로국(NPRA) 관계자들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 시대를 여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NPRA는 노르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중앙정부 조직이다. NPRA는 노르웨이 전역의 도로 건설 및 유지 보수, 자동차 안전과 운전면허증 관리, 교통안전 정책 수립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교통국, 한국교통안전공단을 하나로 통합해 놓은 형태다. 구로 라네스 NPRA 교통안전 부국장은 “도로시설과 이를 이용하는 차량, 보행자가 모두 안전해야 교통안전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두를 한 곳에서 관리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로와 운전자, 차량, 보행자 관련 안전 문제를 도맡은 조직은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교통안전 정책들을 탄생시켰다. 노르웨이에서는 운전자의 나이가 80세에 이르면 반드시 운전능력을 다시 검증받도록 하고 있다. NPRA는 올해 1월부터 모든 상업용 버스에 음주운전 방지장치(알코올 로크) 설치를 의무화했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설치된 ‘알코올 로크’를 통해 음주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만 차량 시동이 걸리도록 한 것이다. 라네스 부국장은 “차량을 소유한 국민들이 빠르게 증가한 1970년대에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500명대에 이른 때가 있었다”며 “이때부터 교통안전 분야가 국가 주요 정책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노르웨이에서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도 통행 차량이 없다면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쉽게 볼 수 있다. 기자가 지난달 27일부터 오슬로에 머문 5일 동안 횡단보도를 포함해 보행자 행렬을 뚫고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오슬로 중앙역 앞 도로에서는 우회전을 해 상점가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5분가량이나 보행자들이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차량 정체가 심했지만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처럼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교통문화로 지난해 노르웨이의 교통사고 사망 보행자는 14명에 그쳤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3% 수준이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의 비중은 매년 40% 가까이 된다. 지난해 오슬로에서는 교통사고 사망 보행자가 1명뿐이었다. 오슬로 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도로는 차량 최고 제한속도가 시속 30km 이하로 맞춰져 있다. 오슬로시는 지난해에만 과속방지턱을 420개나 새로 설치할 정도로 차량 통행속도를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오슬로시의 교통안전 정책 담당자인 프레디 레이더 씨는 “차량 속도를 낮추고 통행을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예상됐지만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시 외곽 지역에 주차공간을 추가로 마련해 운전자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NPRA에서 운전자 교육과 면허증 관리를 담당하는 크리스티나 에릭센 매니저는 “과거엔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운전능력 중심으로 평가했지만 2005년부터는 ‘운전자의 마음가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다른 차량 운전자와의 의사소통 능력도 네 항목(지식, 기술, 태도, 동기)으로 나눠 검증한다. 다른 차량과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 차로 변경 시 정확한 방향지시등(깜빡이) 사용 등의 내용을 35시간에 걸쳐 엄격하게 평가한다.

노르웨이의 교통안전 정책과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건 정부의 강력한 시행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NPRA는 2006년부터 경찰, 비정부기구(NGO), 자동차 손해보험 업계와 함께 ‘도로안전 국가계획’을 3, 4년 간격으로 내놓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2018∼2021년 계획은 5차 계획이다. 차수별 도로안전 국가계획이 마무리되는 해에 맞춰 교통사고 사망자와 중상자 감소치 목표가 제시된다. 라네스 부국장은 “집권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이미 세워놓은 도로안전 국가계획을 변경하는 일은 없다”며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교통사고 피해를 줄여온 우리의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기용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은 “한국도 국가교통안전 기본계획을 5년마다, 교통안전 시행계획은 해마다 수립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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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