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데 한글이 다 숨었는 걸 팔십 넘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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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19-09-04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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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글을 배운 할머니의 눈에는 농기구 안에 ‘ㄱ(기역)’이 있고, 곶감 안에 ‘ㅎ(히읗)’이 숨어 있다.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정을순 할머니의 ‘숨바꼭질’ 작품. 교육부 제공
“오만데/한글이 다 숨었는 걸/팔십 넘어 알았다 낫 호미 괭이 속에/ㄱ ㄱ ㄱ 부침개 접시에/ㅇ ㅇ ㅇ 달아 놓은 곶감에/ㅎ ㅎ ㅎ 제아무리 숨어봐라/인자는 다 보인다” (시 ‘숨바꼭질’ 전문, 정을순)

경남 거창군청 문해(文解)교실에 다니는 정을순 씨(83·여)는 여든 넘어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자신 표현대로라면 ‘연필도 안 잡아 보고’ 80년을 보냈다. 지금 정 씨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한글을 배우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9월 3일 “글을 더 배워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019년 대한민국 문해의 달’ 선포식을 연다. 이날부터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인근 야외에서 처음 글을 배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쓰고 그린 작품을 전시하는 시화전(詩畵展)도 개최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대국민 투표로 정 씨가 쓴 ‘숨바꼭질’을 비롯해 시 10편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특별상(40편)과 우수상(72편)을 합쳐 총 122명이 문해 교육을 통해 글을 익힌 뒤 쓴 시로 상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000명 늘어난 1만5894명이 작품을 제출했다.

수상작은 세종문화회관 전시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서울시청을 비롯해 전국 약 80곳에서 선을 보인다. 읽기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성인은 전국 311만 명(성인 인구의 7.2%)으로 추산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국민이 생각한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