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텔들, 中관광객 ‘카드 선결제 사기’에 골머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8-27 11: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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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참고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올해 3월 서울 마포구의 4성급 A호텔에 중국인 남성 위모 씨가 객실 예약을 했다. 위 씨는 일행 2명과 함께 사흘간 머물기로 하고 호텔 예약을 대행하는 B사이트를 통해 방 3개를 예약했다. 그리고 며칠 뒤 위 씨는 A호텔에 e메일을 보냈다. “체크인하기 전에 미리 결제하고 싶다. 함께 투숙하는 나머지 2명의 방값도 내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호텔은 위 씨가 알려준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카드단말기에 입력하는 방식의 ‘키인(Key In) 결제’를 했다. 방 하나당 46만2000원, 모두 138만6000원이었다. 위 씨 일행은 예약한 날짜에 호텔에 도착했고 사흘간 머문 뒤 중국으로 돌아갔다.

두 달이 지난 5월. A호텔 앞으로 e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위 씨가 “체크인하기 전에 미리 결제하고 싶다”며 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줬던 바로 그 신용카드 회사가 보낸 이의신청서였다. 위 씨가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는데 분실 시점이 호텔 결제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결제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A호텔 측은 “위 씨가 체크인할 때 제시했던 여권에 적힌 이름과 신용카드 명의자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카드사에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카드사는 ‘단말기에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을 입력하는 방식의 키인 결제는 ‘비정상 거래로 간주된다’는 규정을 들어 위 씨의 호텔 결제를 취소해버렸다. 이런 피해를 A호텔은 올해 2∼4월 10차례나 당했다. 피해액만 700만 원이 넘는다.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JCB카드 등 대부분의 카드회사는 신용카드 명의자가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직접 결제하지 않고 업소가 카드 정보를 넘겨받은 뒤 단말기에 입력해 결제하는 키인 결제를 비정상 거래로 본다.

위 씨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先)결제 후 카드 분실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카드회사의 지급을 막는 사례가 잇따라 국내 호텔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A호텔과 같은 피해를 본 마포구의 C호텔 관계자는 “그나마 대형 호텔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이라도 하지만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소규모 숙박업소들은 이런 피해를 당하면 속수무책”이라고 설명했다. C호텔은 투숙객의 ‘선결제 후 카드 분실신고’ 수법 때문에 올해 2월에만 3차례 피해를 봤는데 모두 중국인 관광객이었다고 한다. A호텔 관계자는 “마포구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4, 5성급 호텔들이 전부 당했다”며 “적게는 50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 이상 피해를 본 호텔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본 호텔들은 ‘선결제’를 해주지 않기로 했다. A호텔과 C호텔은 ‘B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경우 키인 방식을 통한 선결제는 받지 않고 현장 결제만 가능하다’는 내부 규정을 마련했다. 객실 예약 기능만 있고 결제 기능이 없는 B사이트와 달리 호텔스닷컴이나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의 호텔 예약사이트에서는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키인 결제에 따른 호텔 측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경찰은 ‘선결제 후 카드 분실신고’에 따른 카드사의 지급정지 요청으로 국내 호텔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에 피해를 안긴 투숙객들이 중국으로 떠난 뒤여서 신병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범죄 수법이 전파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호텔을 포함한 국내 숙박업소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