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요리’ 커리, 나라별 버전도 제각각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8-24 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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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식 ‘치킨커리’, 태국식 ‘그린커리’, 일본식 ‘반반카레와 새우튀김’, ‘야채 닭다리 수프카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어떤 음식을 처음 맛본 기억만큼이나 여러 번 먹어 왔던 음식을 유난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1987년 11월 어느 날,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치르고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먹었던 어머니가 끓여주신 카레라이스는 최고였다. 열아홉 인생 최초로 치르는 큰 시험을 끝냈다는 해방감이 그날의 카레 맛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가난한 유학생으로 해외에서 타향살이를 할 때도 카레는 구세주였다.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메뉴를 돌려가며 해먹는 ‘생존 요리’로 카레는 빠지지 않았다. 요리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업그레이드한 다양한 카레를 만들지만 여전히 카레에 대한 애정은 30년이 넘도록 식지 않고 있다.

음식은 늘 새로 생겨나고 변화하며, 그 명칭도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카레의 본래 명칭은 커리(curry)다. 채소와 고기 등을 향신료와 함께 볶다가 물이나 육수를 붓고 푹 끓이는 인도 음식을 본 영국인들이 음식의 이름을 물으니 인도인들이 ‘커리’라고 답해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그러나 인도인들이 대답한 것이 요리 전체를 지칭한 것인지, 향신료를 말한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후에 영국인들이 그 음식을 커리로 부르며 흉내 내어 만들기 시작했고, 메이지시대 일본인들이 현지화한 것이 오늘날의 카레다.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자라는 강황, 쿠민, 코리앤더, 카다멈, 계피, 후추, 정향 등이 인도를 향신료의 천국으로 만들었고 커리라는 음식을 탄생하게 한 것이다.



한편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먹는 동남아의 커리는 건조 상태가 아니라 신선한 향신채와 허브를 바로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레몬그라스, 바질, 실란트로, 고추, 마늘, 갤란갈 등을 절구에 빻아 코코넛 오일과 볶아 향을 낸 뒤 채소, 육류, 육수를 넣고 끓이고 코코넛 밀크를 첨가해 부드러운 맛을 내기도 한다. 인도 북부에서는 걸쭉하고 크리미한 커리에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구운 난을 주로 먹지만 남인도는 쌀가루로 반죽한 도사 또는 인디카 종의 쌀밥을 카레에 곁들인다. 동남아의 커리도 물기가 많아 찰기가 없는 안남미로 지은 쌀밥이 어울린다. 반면 일본식 카레는 살짝 찰기가 있지만 고슬고슬한 밥과의 궁합이 좋다.

향신료를 뺀 커리는 있을 수 없고, 열대기후를 이겨내는 지역민의 생존 토착요리라고 할 수 있다. 삼복이 지나도록 복달임을 못 했다면 향신료 가득한 커리나 카레를 한 그릇 먹고 시원하게 땀을 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웃사브(인도 커리):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1길 10, 치킨 티카 마살라 2만6000원.


○ 부아(태국 커리): 서울 용산구 보광로59길 9, 그린커리 1만7000원.

○ 모나미카레: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38가길 23, 반반카레 9500원.

○ 카레시(수프카레): 서울 마포구 독막로3길 28-17, 야채닭다리수프카레 1만2000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chiffonad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