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안무가 아니라 한 편의 뮤지컬” 극찬받은 BTS 안무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7-09 16: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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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에 세계적 안무가가 된 시에나 라라우는 “제가 계속 춤을 출 수 있도록 응원해준 부모님, 친구, 이웃을 비롯해 모든 하와이 사람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 시에나 라라우 인스타그램, @sienna.lalau
“안무하다 방탄이들 다치면 어쩌죠?” “아이돌 안무가 아니라 한 편의 뮤지컬이나 현대무용 작품 같아요.”

예술적이면서도 격한 안무로 BTS(방탄소년단) 팬들 사이에서 ‘애증의 존재’가 된 곡이 있다. BTS의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페르소나)’의 마지막 트랙 ‘디오니소스(Dionysus)’는 힘이 넘치는 동작과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군무의 짜임새가 빼어난 곡으로 평가받는다.



팬들은 “탈(脫) 아이돌급 안무가 나왔다”고 환호하면서도 서있는 상태에서 앞으로 넘어지는 ‘낙하동작’이 위험해 보인다며 우려 섞인 시선도 드러냈다. 일부는 “멤버가 다칠 수도 있으니 안무 수정은 안 되나”라며 온라인에서 성토했다. 이에 5월 BTS 공연에서 해당 동작이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로 바뀌기도 했다.

곡의 파워풀한 안무를 맡은 건 미국 하와이 출신의 천재 안무가 시에나 라라우(Sienna Lalau·19)다. “열혈 케이팝 팬”을 자처한 그는 엑소(EXO)의 ‘Love Shot(러브 샷)’의 안무도 공동으로 창작했다. 5월 BTS의 미국 콘서트는 물론 팝가수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시아라(Ciara) 등 공연에도 출연했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BTS(방탄소년단)의 ‘디오니소스’ 공연. 파워풀한 안무가 돋보이는 이 곡은 미국 투어의 오프닝 곡으로 선정되며 현지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BTS 멤버 뷔는 “테이블 위에서 뒤로 구르는 안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진= @BANGTAN TV 유튜브
세계를 누비며 활동 중인 그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어려서부터 ‘소녀시대’ 노래를 즐겨 듣고 케이팝 안무를 따라하던 꼬마 아이가 직접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맡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중학교 때 처음 소녀시대를 알게 됐고 이후로 케이팝을 즐겨들었어요. 그런 제가 BTS의 안무를 맡고 한 무대에 오른 순간은 아직도 잘 실감나지 않죠.”
요즘도 그는 케이팝에 관심이 많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엑소(EXO),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스트레이키즈의 춤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이돌 그룹이 항상 큰 감명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는 춤만 추지만 가수들이 춤추는 동시에 노래도 하고 관중과 소통하는 게 정말 대단해요.”

네 살 때부터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른바 ‘춤 신동’으로 불렸다. 하지만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게 싫다”며 자세를 낮췄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안무가로 성공한 비결에 대해 묻자 “춤에 대한 사랑은 네 살 이후로 한 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춤추는 순간에 가장 자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안무는 다양한 장르를 복합해 녹여내는 특징이 있다. “모든 예술 장르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그의 안무에서 팬들이 현대무용, 뮤지컬, 발레를 떠올린 건 당연하다.

“요즘엔 2000년대 힙합, R&B 장르를 연습하는데 그밖에도 재즈, 팝핀,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등 모든 장르를 봅니다. 어떤 예술이든 배울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는 안무를 만들 때 “무엇보다 노래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대신 누구보다 집요하게 노래를 파헤친다.
“안무를 창작하기 전 가사, 멜로디, 애드립, 박자의 느낌을 충실히 파악하는 편입니다. 안무는 몸을 통해 말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이야말로 몸을 움직여 말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거든요.”

안무가로 활동하는 그녀는 소속 댄스 그룹 ‘The Lab(더랩)’의 춤꾼이기도 하다. 완벽에 가까운 ‘칼군무’로 유명한 더랩은 케이팝 그룹 이상으로 혹독하게 연습 과정을 거친다.

사진= 시에나 라라우 인스타그램, @sienna.lalau
“칼군무를 완성하는 과정을 우리는 ‘클리닝(Cleaning)’이라고 불러요. 공연을 앞두고 매일 최소 8시간의 리허설을 합니다. 디테일, 동작, 라인이 모두 맞아 떨어질 때까지 연습하면 몸도 지치고 부상도 잦아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깨끗하고 ‘바삭바삭하게 맛있는’ 안무가 탄생하죠.”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철학을 말하던 그도 한국 문화 얘기를 꺼내자 잠시 무장을 해제했다. “쉬는 시간에 한국 드라마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며 숨겨왔던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올해 3월 한국을 처음 방문해 ‘댄스 클래스’에 참석한 일화를 들려줬다.

“한국 댄서들이 저를 존중하면서 많은 걸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줬어요. 근데 춤을 추기 시작하니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돌변하더라고요. 춤을 배우려는 의지, 열정에 감명 받았습니다.”


이미 안무가로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 꿈과 목표를 물었다. 그는 “춤이 없는 제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앞으로도 BTS 같은 유명가수와 안무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댄서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춤을 사랑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