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 넘어도 됩니까” “우리땅 밟는 사상 첫 美대통령 되십니다”

바이라인2019-07-01 09:47:10
공유하기 닫기
트럼프, 北측으로 갔다가 김정은과 함께 다시 南측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내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가(왼쪽 사진) 다시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honour)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4개월여 만에 만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내가 이 선을 넘어도 됩니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각하께서 한 발자국 건너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북측) 땅을 밟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십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30일 오후 3시 45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선 북-미 정상은 악수와 함께 이런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두 팔을 크게 벌리는 특유의 몸짓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성큼 한 발을 내디뎠다. 분단 이후 최초로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 ‘최초’와 ‘파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6·25전쟁 이후 7명의 미국 대통령이 가지 못한 길에 처음으로 들어선 장면이다.





○ 트럼프 두 차례 “선을 넘을 수 있어 큰 영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4분경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을 출발해 천천히 MDL로 발걸음을 옮겼다. 맞은편에서는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먼저 MDL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기다렸고, 잠시 뒤 두 정상은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정상회담 이후 122일 만에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적인 이날 만남을 의식한 듯 “반갑습니다.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을 못 했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 위원장을 “내 친구(my friend)”라고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툭툭 세 번 두드리며 친밀감을 표하기도 했다.

MDL을 의미하는 경계석을 밟고 북측 땅에 발을 디딘 트럼프 대통령은 “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honour)으로 생각한다”며 영광이란 표현을 두 번 썼다. 이에 김 위원장은 손으로 판문각 쪽을 가리키며 “여기 위에까지 한 번 올라가 보도록 합시다”라고 했고, 두 사람은 북측으로 걸음을 옮겼다. 북측으로 20발자국 걸어간 북-미 정상은 판문각 앞에서 잠시 멈춰 다시 한번 악수했다.

북-미 정상이 만난 곳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났던 바로 그 장소다. 당시 문 대통령도 MDL을 넘어 북측 땅을 밟았지만, 문 대통령은 두 걸음 정도만 움직였다. 거리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에 더 다가간 것이다.



○ 김정은 “나도 깜짝 놀랐다”




방향을 바꿔 다시 남측으로 걸음을 옮긴 북-미 정상은 오후 3시 47분 다시 한번 MDL을 넘어 남측 땅을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historic)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 위대한 날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자유의 집 앞에서 선 채로 기자들에게 발언을 했다.

오후 3시 51분경 두 사람의 만남에 문 대통령도 합류했다. 사상 최초로 남북미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9개월여 만에 김 위원장을 만난 문 대통령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보낸 친서를 내가 보면서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이런 말들을 하던데 사실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만나자는) 그런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며 “정식으로 오늘 여기서 만날 것을 제안하신 말씀을 (6월 29일)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훌륭한 관계’라고 칭하며 “난관과 장애를 견인하고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으로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SNS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사실 이 자리까지 오시지 않았으면 내가 굉장히 좀 민망한 모습이 됐을 텐데 이렇게 나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