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콜맥주] 금주법 시대에 만든 가짜 맥주 중동에서 흥하다?

sodamasism2019-06-29 18: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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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하지 않았습니다”

SF영화보다 허구 같던 이 문장이 현실이 되고 있다. 바로 무알콜 맥주가 우리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트의 주류 코너만 봐도 자랑스럽게 자리를 차지하는 ‘0’의 맥주를 볼 수 있다. 아니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맥주를 마시고, 술을 안 마실 거라면 콜라를 마시면 될 텐데 무알콜 맥주를 왜 마시지?

음료 미디어 마시즘의 3대 난제(무알콜 맥주, 디카페인 커피,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에 하나였던 무알콜 맥주. 하지만 사실 무알콜은 떠오르는 주류업계의 키워드다. 과연 누가 이런 끔… 아니 알콜 없이 술을 빚을 생각을 한 것일까?

취할 수 없다면 즐기기라도
무알콜 맥주의 탄생
맥주에서 알콜함량을 줄이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중세 유럽에서는 물에 석회질이 있어 마실 수가 없었기 때문에 물 대신 와인이나 맥주를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스몰 비어(Small Beer 혹은 Small Ale)’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무리 주당들이 맥주가 물이라고 말하지만, 하루 종일 물처럼 맥주를 마신다면 정신이 버틸 수 없는 노릇이니까.

(금주법 시대의 풍경, 술을 저렇게 버리면 혼나는데)
하지만 지금의 무알콜 맥주의 시대를 연 것은 1919년 미국을 보고 있다. 바로 ‘금주법(Volstead Act)‘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주법은 0.5% 이상의 알콜이 들어간 음료를 모두 금지시켰다. 맥주 양조장과 주당들은 공포에 떨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그들은 결국 0.5% 미만의 알콜을 가진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의 대형 양조장은 도수가 거의 없는 맥주를 만들고 만다. 이를 ‘니어 비어(Near Beer)’라고 부른다. (금주법 아래)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맥주다. 그런데 이름이 Near(가까운)라… 다른 맥주는 떠나갔지만 이 녀석만은 우리 가까이 남았다는 음주적 이름이 아닐까(아니다 맥주에 가까운 음료라는 뜻이다).

맥주에서 알콜이 사라지는 기적
무알콜 맥주 제조법
무알콜 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인 양조방법은 기존 맥주와 비슷하다. 다만 양조된 맥주를 병이나 케그에 담기기 전에 알콜을 제거한다. 여기에는 초등학교 3학년 과학시간에 배운 ‘끓는점’이 적용된다.

약 20년 만에 복습을 해보자. 액체는 일정 온도가 되면 끓으면서 기체로 변한다. 하지만 알콜은 기체로 변하는 온도가 78.3도로 물보다 낮다. 이를 이용해서 맥주에서 물은 남기고 알콜을 먼저 날려버리는 것이다(반대로 알콜은 어는점이 물보다 낮아서 고도수 맥주를 만드는 데에 응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맥주에서 알콜이 빠져나가며 향과 맛을 결정하는 부분도 모두 날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진공상태’를 만든다. 진공상태에서 알콜의 끓는점은 매우 줄어들기 때문에 맛을 덜 파괴하면서 알콜을 제거할 수 있다. 이를 ‘고진공증류법’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온도 변화를 가하지 않고 맥주에서 물과 알콜만 빠지게 하는 필터를 사용하기도 한다(역삼투법). 또는 양조과정 단계에서 알콜 양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 등도 활발하게 개발된다고 한다. 도대체 맥주 코스프레 음료에 이렇게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일까?

그분이 알고 싶다
무알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금주법 시대도 아닌데 무알콜 맥주가 활개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술은 먹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강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 혹은 임신이나 수유 중인 여성들을 상대로 무알콜 맥주의 시장이 만들어졌다(다만 무알콜이라고 알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사실 때는 알콜이 전혀 없는 0.00%를 골라야 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음주량이 감소하고 있다. 국제주류연구소(IWSR)에 따르면 미국은 전년도에 비해 맥주 소비 감소가 1.5%로 감소했는데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술보다 개인적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습관을 가지고 있어 음료를 취하려고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알콜 맥주의 출현은 더 이상 취하고 싶지 않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마! 이게 이란의 맥주다!)
하지만 최고의 무알콜 맥주 시장은 중동에 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는 이곳은 주류업계들이 발을 디딜 수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 있던 맥주공장들이 모두 무알콜 맥주공장이 되었고 해마다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란에 있는 무알콜 맥주 생산업체만 63개. 그중 베누쉬(Behnoush)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알콜 맥주 브랜드가 되었다. 단순히 맥주 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일향을 섞어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맥주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도수나 무알콜을 원하는 추세가 늘어나는 것. 무슬림 시장에 맥주가 들어갈 수 있는 것. 마지막으로 주세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점(무알콜 맥주는 술이 아닌 탄산음료로 구분된다) 등으로 무알콜 맥주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 되었다.

흉내내기를 넘어서
무알콜 맥주의 미래
무알콜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독일의 무알콜 맥주(알코올 프라이) ‘크라우스탈러’라는 브랜드는 무알콜 맥주만 만든다. 단순히 흉내내기만이 아닌 무알콜만의 풍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무알콜 맥주는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 칵테일도 무알콜이 되고 있다. 가진 건 도수 밖에 없는 보드카도 순하게 만들어 파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알콜이 아니라 멋에 취한다… 물론 마시즘에 있어서 자랑해본 것임)
아예 맥주를 넘어서 무알콜 음료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코카콜라는 바 논(Bar Nøne)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샹그리아와 사이다(사과술), 진저뮬 등의 무알콜 음료를 만들었다. 생긴 것과 맛이 보통 맥주보다 특별하다는 것이 장점. 아까워서 가지고 있는데 못 마시고 있는 게 함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일 뿐이다.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은 100억원 남짓. 옆 나라 일본은 7,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이트 0.00’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에 이어 ‘카스 제로’도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있다.

알콜이 없는 음주의 세계가 오고 있다. 그 날이 오면 우리가 마시는 맥주의 형태는 어떻게 변할까?

참고문헌
The Science of Non-Alcoholic Beer, Brent Rose, 2013.5.24, GIZMODO
‘진짜’ 무알콜음료 하이트제로, 6년만에 4200만캔 돌파, 김아름, 2019.01.10, 디지털타임스
취하지 않는 무알콜맥주 판매가 늘고 있다, 임애신, 2019.04.19, 아주경제
하이네켄, 다음달 말레이시아에 무알콜 음료 출시, 이경, 2019.6.24, 아주경제
‘저도주’ 넘어 ‘무알콜’ 뜬다, 이강준 ,2019.6.23, 머니투데이
이란도 술이 있다, 무알콜 맥주시장의 성장, 2017.5.12, 리얼푸드
무알콜맥주, 진짜 무알콜은 아니야, 위아람, 2018.4.3, FAM TIMES
중동에서 급성장하는 무알콜 맥주 시장, ingppoo, 2013.8.5, 뉴스페퍼민트
세계최대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에 ‘기네스제로’ 출시, 무슬림 ‘취향 저격’ 나서, 김아람, 2015.12.28, the asian
Coca-Cola launches Bar Nøne line of alcohol-free sparkling drinks, 2019.1.16, FOODBEV MEDIA
‘무알콜맥주·순한 보드카’ 주류산업 바꾼 美 Z세대, 김수현 , 2019.1.19,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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