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우주여행 코앞… 우주 멀미 예방-방사선 영향 등 집중연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14 1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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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효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 부소장이 가압-감압겸용챔버 앞에 서 있다. 이 장비는 실험동물을 밀폐된 챔버에 넣고 공기를 더하거나 빼, 대기압보다 높거나 낮은 압력에서 생리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작은 사진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초음파기기로 우주비행사의 눈을 검진하는 모습. 인하대병원·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내년(2020년)부터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한 해 두 차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개방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일반인이 우주에 나가려면 전문 우주비행사와 비슷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중력이 거의 없고 먼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선이 쏟아지는 우주 환경에서 적응하려면 체력과 순발력이 필요해서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가올 우주 유인 탐사 시대를 대비해 인간이 우주에 장기간 머물렀을 때 신체와 정신건강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2018년) 6월 민간기관 최초로 인하대에 우주항공 의과학연구소가 설립됐다.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자 항공우주의학 전문가인 김규성 연구소장과 김영효 부소장이 우주 멀미의 예방과 치료, 우주 혈관질환 진단과 예방, 우주 면역계 질환 진단과 치료 등 세 분야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6월 10일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내에 설립된 우주항공 의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김영효 부소장은 “지구와는 다른 중력이나 기압, 또는 우주방사선 등에 노출됐을 때 인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심력 이용해 지구와 다른 중력 환경 재현

우주에서 장기간 생활하면 인간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실제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340일 동안 ISS에 머물다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 스콧 켈리와 그의 일란성 쌍둥이형 마크 켈리를 비교한 결과가 공개됐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둘의 유전자를 비교하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둘 사이에 건강상 뚜렷한 차이는 없었지만 우주인 켈리의 대사산물과 장내미생물 등에 변화가 있었다. 유전자를 바탕으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인 ‘유전자 발현’에서 우주인이 7%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우주항공 의과학연구소에서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인간 몸의 변화를 살피기 위해 우주 환경을 조성하는 각종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고중력 장비는 우주로 올라가거나 지구로 귀환할 때 신체 변화를 연구하는 장비다. 커다란 원통형 모터 주위로 4kg짜리 소형 세탁기만 한 케이지 두 대가 기울어진 채 가속도 없이 일정 속도로 회전하는데, 그 안의 동물은 기울어진 면을 바닥으로 인지하고 고중력 상태를 느낀다. 김 부소장은 “약 66rpm(분당 회전 수)으로 회전하면 지구 중력의 5배 정도를 느끼게 된다”며 “최대 지구 중력 15배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중력 환경도 원심력을 이용해 구현한다. 고중력 장비는 케이지를 한쪽 방향으로만 돌리지만, 무중력 장비인 클리노스탯(Clinostat)은 케이지를 360도 모든 방향으로 천천히 돌게 해 원심력을 분산시켜 중력을 상쇄한다. 또는 하지현수장치에 실험동물의 꼬리를 매달아 무중력일 때와 비슷한 생리 변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달이나 화성에 가는 우주인들은 먼 우주와 태양에서 날아온 엑스선, 감마선 등 우주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다. 이런 환경에서 신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엑스선 조사장치가 활용되고 있다.



○ 우주의학 기술로 오히려 지상 치료 실마리 찾아

우주에서의 생리 변화를 연구하다 병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김 부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지구 중력보다 5배 큰 환경에 천식에 걸린 쥐를 4주 동안 노출시켰더니 기관지와 폐포에 생겼던 염증 반응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중력이 큰 환경에서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2018년) 1월 ‘플로스원’에 소개하기도 했다. 김 부소장은 “중력이 큰 상황에서는 세포골격 구조가 바뀌면서 세포 안으로 약물이 잘 스며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구 중력보다 10배 큰 중력 환경에서는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만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동물을 이용한 우주 연구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동물마다 느끼는 중력의 크기가 각자 질량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천식 실험에 사용했던 지구 5배의 중력은 사람에게는 지구 2배 이하 중력으로 느껴진다. 연구진은 사람에게도 짧은 기간 고중력 환경에 노출시켜 비슷한 치료 효과가 있을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현재로선 유인 우주 계획이 없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우주의학 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머문다. 미국항공우주의학회(AsMA) 등 국제학회에 가보면, 다양한 우주실험 장비를 우주 발사체에 실어 보낸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는 우주에서 얻은 실험 데이터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누리호)가 2021년 발사될 예정이다. 김 부소장은 “한국은 아직 지상에서만 연구해 불리한 편”이라며 “추후 한국에서도 발사체를 보내 우주 실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