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명 원아 지키려… 보육교사가 손도끼 난동범 막아섰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14 09: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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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서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40대 남성이 손도끼를 휘둘러 어린이집 교사 등 3명이 다쳤다. 이 남성이 손도끼를 들고 난동을 부릴 당시 어린이집 안에는 50여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난동 행위를 목격하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온 교사는 아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재빨리 출입문을 잠갔다. 하지만 이 교사는 난동을 부린 남성이 휘두른 도끼에 머리를 다쳤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 입구에서 손도끼를 휘둘러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한모 씨(47)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6월 14일 신청할 방침이다. 한 씨는 범행동기 등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 씨의 난동 장면 등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경찰에 따르면 한 씨는 6월 13일 오전 10시 23분경 길이 30cm의 손도끼 2개를 들고 어린이집 앞에 나타났다. 한 씨는 마침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에게 약을 가져다주고 나오던 위모 씨(65·여)와 마주치자 손도끼를 휘둘렀다. 어린이집 옆에 있는 문화센터 강사 김모 씨(33·여)도 손도끼로 공격했다. 한 씨는 위 씨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온 교사 문모 씨(30·여)를 향해서도 손도끼를 휘둘렀다. 위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문 씨도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어린이집 관계자 등에 따르면 어린이집 밖으로 나온 문 씨는 난동을 부리는 한 씨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린이집 출입문을 잠갔다고 한다. 당시 어린이집 안에는 3세 이하 어린이 53명이 있었다. 원장을 포함해 9명의 보육교사도 함께 있었다. 문 씨가 치료를 받은 병원 응급실 앞을 지키던 문 씨의 어머니(51)는 “딸이 평소에도 아이들을 끔찍이 아끼는데 그 순간에도 ‘애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하더라”며 “딸이 이번 일로 충격을 많이 받아 당분간 일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씨는 이날 친형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한 씨의 형은 어린이집과 같은 건물에 있는 교회에서 일하고 있다. 한 씨의 형은 경찰에 “동생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내가 거절한 적이 있다”며 “이 일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씨는 자신과 마주치자 달아나는 형을 1km 이상 뒤쫓아 갔다. 한 씨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쏴 한 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시 한 씨가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며 “한 씨가 정신질환과 관련해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도끼 난동’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린이집은 한 씨가 붙잡히고 난 뒤 정문을 걸어 잠그고 정상적으로 수업을 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학부모들이 평소보다 일찍 아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오후 2시 30분경이 되자 어린이집은 텅 비었다. 이 어린이집은 평소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손주 둘을 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김모 씨(69·여)는 출근한 며느리한테서 얘기를 듣고 오후 1시 30분경 어린이집으로 달려 왔다. 김 씨는 “오늘은 아이들을 빨리 데려가려고 왔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