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싸늘한 시선 많이 걷혔지만… 디스토피아적 상상력 그대로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10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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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채널4에서 방영했던 ‘블랙 미러’는 넷플릭스가 2016년 시즌3부터 제작을 맡아 더욱 도전적인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사진은 ‘레이철, 잭, 애슐리 투’에서 인기 있는 팝가수 애슐리(마일리 사이러스)와 그의 목소리를 지닌 인공지능(AI) 로봇 ‘애슐리 투’. 넷플릭스 제공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속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예상치 못한 반전은 2011년부터 ‘블랙 미러’ 시리즈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 영국 총리와 돼지의 수간(獸姦)을 요구하는 납치범의 이야기를 다룬 시즌1의 첫 에피소드처럼 ‘블랙 미러’는 줄곧 기술의 진보로 파생된 여러 문제들을 충격적이고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난해(2018년) 영화판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에선 시청자가 극 중 서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미래형 드라마가 등장했다’(가디언)는 평까지 받았다.

“‘블랙 미러’는 기술이 나쁘다고 묘사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잘못 사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죠.”



시즌1부터 각본 및 제작에 참여해 온 찰리 브루커가 6월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통화에서 전한 말처럼,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시즌5의 3개 에피소드도 동일한 주제의식을 이어받았다. 희망적인 기술의 진보를 보여준 시즌3 ‘샌주니페로’처럼 시리즈 특유의 어둡고 싸늘한 시선도 많이 걷어냈다.

오랜만에 대학 친구와 재회한 대니는 가상현실(VR) 기술로 출시된 격투게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하게 되고, 물리적 접촉이 모두 실제처럼 느껴지는 게임 속 현실에 성실한 가장이던 대니의 삶이 흔들린다. ‘스미더린’에선 동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으로 인해 부인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기업 사장과의 통화를 요구하는 인질극을 벌인다. ‘레이철, 잭, 애슐리 투’는 정체불명의 약까지 먹이며 가수에게 창작을 강요하는 잔혹한 아이돌 산업의 실체를 드러낸다.

기술적 상상력은 그대로, 비판의 날은 무뎌졌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접속하기 위해 관자놀이에 붙이는 첨단 기기는 우주 함선 속 이야기로 에미상까지 수상한 시즌4의 ‘USS 칼리스터’에서 쓰인 기술 그대로다.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통해 경찰,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력을 지닌 SNS 기업들의 전지전능함은 그간 반복돼 온 주제. SNS 중독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마저 준다. “전 시즌 에피소드들을 살짝 뒤튼 기시감이 든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가까운 미래를 간접 체험하는 시리즈 본연의 재미는 여전하다. 하이틴 드라마스러운 ‘레이철, 잭, 애슐리 투’의 분위기는 이질적이지만 분명 색다른 시도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팰컨(앤서니 매키), 영국 드라마 ‘셜록’의 짐 모리아티(앤드루 스콧),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 등 익숙한 얼굴들의 호연도 다소 아쉬운 서사에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몰입감을 준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