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부터 프리바이오틱스까지, 유산균 음료의 역사

sodamasism2019-06-05 1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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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세균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알아?”

우리 몸에는 엄청나게 많은 존재들이 부대끼고, 돕고, 싸우며 살고 있다. 이중에는 몸 안에 원래 있었던 토박이들도 있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녀석들이 3배는 많다. 그런 세균이 몇 개나 들어있을까? 바로 39조라고 한다. 내 몸속에 음료를 기다리는 39조 개의 세균이 있다니. 책임감이 무겁다.

이런 세균맨… 아니 미생물들의 세계가 밝혀질수록 활약하는 음료가 있다. 바로 유산균 음료다. 이 녀석들도 세균이다. 다만 장에 도움이 되겠다는 막중한 임무를 띈 솔저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의 장에 당도하기 까지 수많은 위험을 건너는 이 녀석. 오늘은 우리 모르게 치열했던 유산균 음료에 대한 이야기다.

세균을 왜 먹어!
야쿠르트 유산균 음료의 시작
한국 유산균 음료의 시작. 그것은 1971년 출시된 ‘야쿠르트’부터 시작한다.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노래로 유명한 그 야쿠르트 맞다. 단 야쿠르트와 전통적인 요구르트는 다른 종류의 음료다. 야쿠르트는 일본의 ‘미노루 시로타’라는 생물학자가 유산균이 장에 있는 유해균을 억제하는 것을 발견하여 만든 것이 야쿠르트다.

국내에 출시된 야쿠르트는 첫해에 760만 개나 팔렸다. 하지만 “왜 내 돈을 내고 세균을 먹어야 하냐!”라는 반발도 많았다. 세균과 미생물이라면 무조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 하지만 익숙해진 지금은 식후에 야쿠르트가 나오지 않으면 맛집 평가에서 0.5점을 빼는 화룡점정 같은 음료가 되었다.

장이 편안한 아침
장 유산균 발효유의 등장
70~80년대 ‘세균을 음료에 넣어서 판다’는 오해를 받았던 유산균 음료는 90년대에 들어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다. 일단 사람들이 급격히 고기를 많이 먹기 시작했다. 더불어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부족, 각종 스트레스 등이 겹쳐 변비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응답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유산균 음료가 필요했다.

이맘때쯤 나온 것들이 유산균의 양을 늘린 ‘농후 발효유’다. 제품명으로 쉽게 말하자면 ‘불가리스’, ‘메치니코프’다. 각각 다른 회사에서 나온 이 제품들은 재미있게도 러시아 생물학자 ‘메치니코프’가 ‘불가리아’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로 지목한데에서 이름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전 국민이 변비로 고생할수록 이들 ‘발효유 시장’은 커져 갔다. 또한 발효유 시장이 커질수록 유산균이 장 건강과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 등 여러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칭찬을 하나씩 얻어가다가는 만병통치약이 되겠는걸?​​

살려야… 한다!
유산균계의 비브라늄 닥터캡슐
하지만 전 국민을 실망하게 한 충격의 보도가 나온다. ‘우리가 마시는 유산균은 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99%는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장에 도착해서 변비를 낫게 해 줄 녀석들이 중도에 모두 실패하다니! 유산균 음료는 다 가짜 효능 아니야!?

유산균 음료의 미션이 시작되었다. ‘장까지 살아서 가야 하는 것’이다. 1997년 빙그레는 유산균을 좁쌀 반절만 한 젤라틴 캡슐에 넣는다. 이름하야 ‘닥터캡슐(당시 이름은 욥닥터)’의 탄생이다. ‘살아서 장까지’라는 슬로건을 든 이 음료는 산성에 강한 캡슐에 유산균을 태워 무사히 장에 도착하는 것을 홍보했다. 하지만 빙그레는 몰랐을 것이다. 입안에 동글동글한 것들이 있으면 일단 이로 터트리고 보는 마시즘의 심리를.

너는 장이니, 나는 위인데?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연구가 거듭되자 유산균이 단순히 배변활동을 돕는 것 이상의 역할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2000년에 나온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기능성 유산균음료의 시작을 알린 녀석이다. 장이 아닌 위에서 활동하고, 각종 위장 질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몸 밖에 끌어내는 것이다.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 나왔다. 언론에서는 한창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유해성’에 대해서 기사를 쏟던 시기였다. 마침 제품 출시를 본 소비자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이 놈들이 헬리코박터균을 음료에 넣었냐!’

너는 우유니? 나는 식물 출신이야!
식물성 유산균
이제는 다양한 원재료를 활용한 발효유(유산균 음료)를 만든다. 보통 유산균 하면 우유에서 나오는 줄 알지만, 모든 발효식품에는 유산균이 들어있다. 특히 ‘김치에도 유산균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식물에서 나온 유산균을 먹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따라 같은 유산균 음료에도 식물성 유산균과 동물성 유산균이 구분이 되었다.

이쪽 기술을 일찌감치 개발한 것은 풀무원이다. 1983년부터 식물 발효식품 ‘현미효소’를 만들었다. 과일이나 채소, 해조류, 버섯 등 48종의 식물에서 발효를 한 식물성 유산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산도가 높은 환경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에 도달할 때까지 생존율도 좋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식물성 유산균이 트렌드가 되자, 항간에는 ‘동물성 유산균보다 식물성 유산균이 좋다’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균의 이름이 같다면 출신에 상관없이 똑같은 녀석이니 차별하지 말자. 다만 모두가 다 비슷비슷했던 유산균 음료들이 재료나 성분들이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다. 마시는 사람이야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행복하지.​​

막걸리부터 콤부차까지
유산균 음료의 시장은 커져간다
미생물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갈수록 유산균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제는 아예 정의 형태로 먹는 사람도 있고, 유산균 과자도 나왔다. 요즘에는 막걸리(국순당 1000억 막걸리)에도 유산균이 있고, 지난번에 마신 양배추즙(위러브)에도 유산균이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콤부차가 유산균이 들어있기로 유명하다.

기존 유산균 음료에는 ‘프리바이오틱’이라는 개념도 들어왔다. ‘프로바이오틱’이 아니고 ‘프리바이오틱’. 바로 유산균들이 장에 도착하고, 잘 살 수 있게 주는 먹이를 말한다. 일종의 비상식량이 들어있는 군장이라고 할까? 아직 완벽히 개척되지 않았기에. 장을 향한 유산균 음료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참고문헌
-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어크로스
- [우유를 마시자] 발효유시장 연내 1조 돌파, 이관우, 한국경제, 2003.1.20
- [발효 음식 이야기] 마시고 떠먹는 ‘새콤이’… 유산균 덩어리는 건강 도우미, 김희리, 서울신문, 2017.11.27
- [장수브랜드 톡톡] 불가리스 ‘장이 편안한 아침’, 김견희, 신아일보, 2018.3.21
-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의 차이를 아시나요?, 이덕주, 매경프리미엄, 2018.7.25
- 빙그레 “닥터캡슐, 효능 없으면 100% 환불”, 윤정남, 파이낸셜뉴스, 2008.4.16
- 한국인의 건강한 장을 위해~ 식물성 유산균 식품, 임소민, 디지틀조선일보, 2018.10.24
- 발효식품이 뜰 수밖에 없는 과학적 이유들, 리얼푸드, 2019.2.18
- 장 건강에 면역 강화까지…주목받는 ‘유산균’, 김동주, 메디컬투데이, 2019.1.16
- 장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선택 팁, 차승지, 뉴스렙, 2019.2.28
- ‘유산균=요거트’ 공식 깨졌다… 막걸리로 마시고 보조제로 먹고, 김설아, MoneyS, 2019.5.10
- 유산균, 생균수는 ‘숫자 마케팅’…장내 미생물 변화가 핵심, 정웅종, 약사공론, 2018.12.6
- 한국인에 맞는 유산균… 전통 발효 음식에 해답, 안성기, 동아일보, 2019.1.23
- 프리바이오틱스, 유산균과 달라요!, 전예진, 한국경제, 2019.3.1
- 위를 위한 발효유, 블루오션을 열다, 김유림, 신동아, 2012.6.21
- 생명연장을 꿈꾼 과학자, 메치니코프, 서금영, 한겨레, 20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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