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음식장만 없지만…“온라인 집들이 합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6-06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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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꾸민 자신의 집 사진을 올리며 정보를 교환하는 ‘온라인 집들이’가 각광받고 있다. 부산의 20년 된 낡은 아파트를 직접 인테리어한 박수혜 씨의 집 거실(위쪽)과 최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독립생활을 시작하며 온라인 집들이를 연 정명호 씨의 집. 박수혜·정명호 씨 제공

올해 2월 경기 광주시로 이사한 구현수 씨(32) 가족은 최근 조촐한 집들이를 열었다. 으레 있을 법한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음식과 파티용 장식품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직접 설치한 포인트 조명과 아이를 위해 특별 제작한 아치형 출입문 등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구 씨는 “SNS상에서 인테리어 정보를 공유했던 다른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온라인 집들이’를 열었다”며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집들이’는 필수”라고 말했다.

집들이가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친구나 가족을 초대하는 방식이 아니다. 개성 넘치게 집 안을 꾸미고, 이를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SNS나 집들이 애플리케이션(앱)에 공개한다. ‘온라인 집들이’, ‘랜선 집들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집이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휴식과 취미생활을 누리는 문화공간으로 부각되면서 이런 현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개성과 가성비 동시에 잡는 셀프 인테리어


DIY(Do It Yourself) 등의 도입도 한몫했다. 셀프 인테리어가 최근 1인가구의 증가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최신 소비 성향과 맞물리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온라인 집들이에서 시작해 최근 인테리어 쇼핑몰까지 창업한 박수혜 씨(35)는 “직접 자재를 구입하고, 작업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니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며 “기성 제품을 쓰는 것에 비해 많게는 3분의 1로 가격을 줄일 수 있다. 우리 가족에 딱 맞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 만족도는 몇 배로 크다”고 말했다.


집 꾸미기라고 여성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요즘은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남성들이 늘며 남성을 뜻하는 ‘멘’과 ‘인테리어’를 합친 ‘멘즈테리어’라는 용어도 생겼다. 올해 1월 서울 광진구에서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정명호 씨(25)는 20m² 규모의 원룸을 모두 셀프 인테리어로 꾸몄다. 정 씨는 “토요일에만 문을 여는 한 포스터 가게에 가서 희귀한 영화 포스터를 구하는 등 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인테리어를 가미했다”며 “작지만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나의 집”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9조1000억 원 수준이던 국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조 원을 넘어섰다. 내년에는 41조5000억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최근 가상현실(VR)과 3D 화면을 제공하는 인테리어 관련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셀프 인테리어에 무턱대고 도전하기보다는 작은 변화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인테리어 전문 파워블로거인 하유라 씨(43)는 “전기, 보일러, 욕실 등은 최대한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며 “처음부터 규모나 부피가 큰 장판이나 도배를 하기보다는 작은 소품부터 변화를 주면서 인테리어의 감각을 높여 가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들이라는 사회적 의례와 규범을 전통 방식이 아닌 SNS라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수단으로 치르는 새로운 사회 의례인 셈”이라며 “큰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들이 규모 대신 인테리어를 통해 자신의 주거 자존감을 높이는 색다른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TV 예능에선 ‘집방’ 각광



한편 집 구하기가 갈수록 큰 고민이 되어가는 가운데 방송이 직접 ‘부동산 중개사’로 나서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예능’을 표방하지만 화려한 연예인들의 집을 구석구석 비춰 준다거나 리모델링으로 낡은 집을 탈바꿈시켜 주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소박한 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예산을 맞추기 위해 채광이 좋지 않은 반지하 집을 보거나, 서울과 점점 먼 위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서민들의 고충을 담았다.

EBS의 ‘방을 구해드립니다’는 이사만 20번 넘게 해봤다는 방송인 나르샤와 반지하부터 전망 좋은 방까지 다양한 거주 경험이 있다는 방송인 조우종이 진행자로 나선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집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점도 조언한다.


공희정 TV평론가는 “예능 소재로서의 ‘집’은 과거 인테리어 정도로 다뤄졌으나 최근 청년들의 고민을 담는 새로운 소재로 확장되고 있다”며 “다만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방송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 등은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