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꿈도 못 꾸고 은둔형 외톨이로…日 ‘로스트 제너레이션’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31 07: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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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 근교에 사는 일본인 A씨(41)는 2001년 국립대를 졸업했다. 당시 대졸자 취업 비율이 60%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는 3, 4개 기업에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먹고 살아야 해서 소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전자기구 판매를 담당했다. 시급은 900엔(약 9760원). 세금 등을 빼고 손에 쥐는 돈은 월 15만 엔 정도였다. 일이 몰릴 때 잔업을 하면 25만 엔 넘게 손에 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8만 엔 정도 번다.



잠시 하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18년이 지났다.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정직원도 점차 늘었다. 선배로서 뭔가 조언해도 제대로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 낮은 임금보다 자신의 업무 노하우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더 가슴 아프다.

전직 활동도 했지만, 이력서에 아르바이트 외엔 적을 게 마땅치 않다. 지금도 70대 부모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41세 인생의 절반을 의미 없이 산 것 같다. 더 힘든 것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A씨의 사연을 전하며 “A씨와 같은 경험은 동일 세대 중 극단적인 예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사회 중추 역할을 해야 할 시기인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파견과 계약사원으로 불안정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바로 ‘로스트 제네레이션’이다”라고 보도했다.


거품경제 폭발 이후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줄이기 시작한 1993년부터 2004년경까지 사회에 진출한 세대를 일본에선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빙하기 세대라고도 한다. 고졸인지 대졸인지에 따라 조금 나이 차가 있지만, 현재 33~48세이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정규직 사원을 포함해도 임금, 행복도 등에서 다른 세대에 밑돈다. 렌고(連合)종합연구소가 대졸과 대학원졸 직원의 급여를 2010년과 2015년으로 구분해 비교했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급여가 늘었는데, 35~44세 연령대는 오히려 줄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시간이 흘러도 고용의 질이 악화돼 오히려 급여가 줄어든 것이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 기업은 대졸자 일괄채용, 연공서열, 종신고용 같은 노사관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학 졸업 때 제대로 취업하지 못하면 나중에 만회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각종 사회문제에 노출됐다. 1980년대만 해도 여성은 비정규직이어도 쉽게 결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직 남녀는 결혼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들은 단신으로 살거나, 부모 집에 기숙하면서 점차 중년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은둔형 외톨이)로 변하고 있다. 앞서 3월 일본 내각부는 40~64세 중장년 히키코모리를 처음 추산해 전국적으로 61만3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각종 사회보장을 제공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국가에 짐이 되는 셈이다. 후생노동성은 5월 29일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인재 소개회사가 새로운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건설업과 운수업 등과 관련된 자격 취득을 지원하며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받아들인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이다. 아사히신문은 “단기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30일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