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유발 세포 사용 수년간 숨겨… 유전자 정보도 고의 누락”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29 09: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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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은 인보사의 몰락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도덕적 해이와 허술한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성분을 속인 허위 자료로 판매 허가가 이뤄지고, 허위 사실이 해외 수출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2액에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신장(콩팥)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2016년 품목 허가를 신청하기 전부터 알았음에도 이런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식약처는 코오롱 측의 ‘은폐 고의성’이 짙다고 보고 의약품 허가 취소라는 ‘철퇴’를 내렸다.



코오롱 측은 허가 신청 당시 인보사에 신장세포가 없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신장세포가 포함된 2액과 1액을 섞은 ‘혼합액’을 1액인 것처럼 꾸민 것이다. 이 혼합액과 2액이 같은 단백질 발현 양상을 보이는 것을 근거로 2액도 연골세포로 구성됐다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TGF-β1)의 개수가 기존 자료와 다르고, 위치가 바뀐 시험 결과도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 유전자 정보는 유전자 치료제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도 이를 누락한 것이다. 식약처는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판매를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 측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당시 기술로는 신장세포임을 확인할 수 없었고, 회사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다. 2017년 3월 미국 진출을 위해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액에 신장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미국 위탁생산업체로부터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인보사의 미국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이 사실을 그해 7월 13일 e메일로 판매사인 코오롱생명과학에 통보했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이를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 식약처의 판매 허가는 코오롱티슈진이 코오롱생명과학에 e메일을 보내기 하루 전인 같은 달 12일 이뤄졌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신장세포 발견 사실을 숨겨 왔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전문가들도 코오롱 측이 신장세포 사용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건국대 의대 이상헌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연골세포는 배양과 유전자 삽입이 힘들어 기술적으로 관절 재생용 의약품으로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신약 개발 욕심이 지나쳐 증식이 활발한 신장세포를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과정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2017년 4월 인보사 허가와 관련해 처음 개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에선 위원 7명 중 6명이 인보사 허가에 반대했다. 연골의 구조개선 없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의약품으로 허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6월 열린 2차 약심위에선 결과가 뒤집혔다. 바이오산업에 우호적인 위원들이 합류하면서 ‘통증 완화’ 약물임을 명시하는 조건으로 판매를 승인했다. 가천대 길병원 백한주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공개된 인보사의 임상 결과와 효능만으로는 환자 치료에 사용할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은 “향후 3년 동안 신약 허가 및 심사 전담 인력을 350명가량 충원해 현재의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