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암으로 사망한 낯선 남자의 딸을 낳은 여자

phoebe@donga.com2019-05-26 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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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페이스북
이미 세상을 떠난 낯선 사람의 딸을 인공수정으로 낳은 여성의 사연을 영국 BBC가 최근 소개했다.

이스라엘 여성 리아트 말카(Liat Malka) 씨는 지금은 세 살인 시라(Shira)를 낳은 것은 축복이고, 동시에 만난 적은 없지만 죽어가던 남자가 고대하던 소원을 이뤄주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유치원 교사 말카 씨는 아이를 갖길 간절히 원했지만, 번번이 좋은 인연을 만나는 데 실패했다. 결국 2013년 만 35살이 된 말카 씨는 노산이라는 절박함에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됐다. 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갖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를 받고 말카 씨는 눈물을 흘렸다. 의사들은 남은 난자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대로 평생 인연을 기다리다간 영영 엄마가 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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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카 씨는 “지금 당장 아기를 갖기 위해 가능한 일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바로 기증받은 정자로 아기를 낳는 것이었다. 정자를 선택하기 위해 기증자의 사연을 검색했다. 말카 씨는 “나는 정말로 내 아이가 아버지를 알길 원했다. 그런데 그건 정자 기증자일 경우엔 불가능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말카 씨는 유튜브에서 블라드(Vlad)와 줄리아 포즈니안스키(Julia Pozniansky) 부부의 2009년 뉴스 인터뷰를 우연히 보게 됐다. 부부의 아들 바루치(Baruch) 씨는 암으로 25세 나이로 숨졌다. 

출처=유튜브
하지만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지막 소망으로 부모에게 치료 시작 전 정자를 냉동해달라고 했다. 아들은 부모에게 자신의 냉동 정자를 행복하게 사용해줄 여성을 찾아달라고 당부하고 눈을 감았다.

말카 씨는 ‘이 사람의 정자로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가족의 역사를 알고, 조부모라는 가족도 가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부부의 변호사에게 자세한 내용을 묻기로 했다. 인터뷰가 나간 지 이미 4년이 지났지만 포즈니안스키 부부는 여전히 손자가 없었다. 말카 씨는 부부를 찾아갔다. 부부는 아들의 사진을 가득 채운 앨범을 들고 왔다. 아들이 세상을 떠났지만 부부는 여전히 재능 있고 머리 좋았던 아들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포즈니안스키 부부. 출처=유튜브
23세 때 하이파에 있는 유명한 대학인 테크니온에서 생태학을 연구하던 중 바루치 씨는 입 안에서 이상한 상처를 발견했다. 피가 멎지 않았고, 나중에 그것은 암으로 진단 됐다. 화학적 치료는 정자 생산을 늦추거나 멈출 수 있으므로 정자 중 일부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보관 및 냉동되었다. 바루치 씨는 2008년 11월 7일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줄리아 포즈니안스키 씨는 2013년 초 남편과 처음으로 말카 씨를 만난 날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녀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검은 머리, 빨간 코트, 그리고 처음부터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바루치 씨의 사진을 본 말카 씨는 즉각적으로 어떤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알았던 것 같았어요. 좋은 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미소, 친구로 둘러싸여 있고 아주 잘생긴 분이었습니다. 모든 사진에서 손을 잡고 껴안고 있어 부모님과 정말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그의 눈에서 사랑과 행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의심 할 여지없이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시라와 줄리아 씨. 출처=줄리아 포즈니안스키(JULIA POZNIANSKY), BBC
부부는 아들이 삶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가 얼마나 똑똑하고 사교적인지, 얼마나 요리를 좋아했는지, 그리고 그가 사귄 좋은 친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 말카 씨는 바루치 씨의 정자로 아기를 낳겠다고 마음먹었다.

세 사람은 바루치 씨의 정자 소유권을 부여한 계약서에 서명해 앞으로 누구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얼마나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핏줄과 바꿀 수는 없었다. 사기꾼을 막는 것도 블라드와 줄리아 부부에겐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세 사람은 3주에 한 번 손주를 볼 수 있다고 동의했다.

말카 씨는 두 번째 인공수정에서 임신에 성공했다. 2015년 12월 아름다운 소녀가 태어났다. 아버지가 사망한 지 7년 후에 태어난 아이였다. 말카 씨는 포즈니안스키 부부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아기 시라의 눈은 아버지와 너무 닮았다. 포즈니안스키 부부는 아들이 죽은 후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시라는 지금 세 살이다. 때때로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는 게 마음에 걸린다는 말카 씨. 하지만 많은 가족이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이것은 또 다른 것입니다. 시라는 아버지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녀는 매우 사랑받고 행복합니다.”

죽은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성취한 줄리아 씨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하늘에 있는 바루치도 분명 딸을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시라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똑똑하고 행복한 아이입니다. 완벽해요. 정말 완벽합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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