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쫄깃한 식빵이 여는 아침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26 1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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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밀도’의 ‘담백식빵’과 ‘리치식빵’.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여행을 떠나면 집에선 밥 먹듯 거르던 아침을 꼭 챙겨 먹는다.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밥을 거르는 게 내심 아깝기도 하거니와 하루 2만 보씩 걸어 돌아다니는 에너지를 감당하려면 영양분을 충분히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의 조식 뷔페에는 죽, 밥, 국수 등 탄수화물이 가득하지만 언제나 첫 선택은 토스트와 커피다. 국수든 밥이든 메인 요리를 2차로 먹게 될지라도,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에 고소하고 부드러운 버터를 발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가 없다.

식빵과 버터, 과일 잼만 있으면 집에서도 상시 가능한 초간단 메뉴가 호텔에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내가 아니라 남이 차려준 걸 받아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심리를 마케팅으로 잘 활용한 경우가 바로 일본의 도쿄, 긴자에 위치한 식빵 전문 C베이커리 카페이다. 유럽산 밀가루와 일본산 밀가루를 분류해 그 나름의 특성을 살린 식빵을 만들고 다양한 버터와 잼을 구비한 후 고객이 직접 골라 먹도록 한다. 매장 내에 전시된 다양한 브랜드의 토스터 중에 원하는 것을 고르면 테이블에 올려주고 고객이 직접 구워 먹도록 한다. 아사쿠사의 또 다른 50년 된 식빵 전문 P베이커리도 몇 년 전 카페를 열고 숯불에 직화로 구운 토스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심리 마케팅만으로 카페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일단 식빵의 풍미와 식감이 뛰어났고, 눈앞에서 즉시 구워 먹도록 타이밍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빵은 ‘먹다’는 의미의 한자 식(食)과, 외래어로 시작해 이제는 전 세계 공용어가 되어버린 포르투갈어 ‘빵’이 합쳐진 일본식 명칭이다. 유럽의 거친 밀 대신, 영국이 캐나다의 값싸고 질 좋은 신대륙의 밀가루로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식빵의 시초다. 메이지 시대에 영국으로부터 전해진 기술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점차 재료의 배합을 달리하고 식감을 개선하면서 일본 스타일로 변형되었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국내의 식빵들은 일본 스타일로 개량된 식빵이 그 원형이다.

요즘은 밀가루 외에 다양한 곡물을 배합하거나 녹차, 팥, 초콜릿 등의 부재료로 맛을 낸 식빵들도 있지만 역시 정석은 밀가루 본연의 맛에 충실한 하얀 식빵이다. 서울 성수동에서 시작해 수도권 여러 곳에 지점을 둔 밀도는 일반적인 담백식빵과 버터를 바르지 않고 그대로 구워 먹어도 버터 바른 맛이 나는 리치식빵 두 가지로 승부를 건다. 김진환제과는 오래전부터 식빵만을 만들어 온 마포의 터줏대감으로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최근 일본에서 들어온 타쿠미야는 굽지 않고 생으로 먹었을 때 풍미와 식감이 살아나는 생식빵 전문으로 쫄깃한 탄력보다는 카스텔라와 같은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밀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96 담백식빵 5500원, 리치식빵 5800원

○ 김진환제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2길 41, 우유식빵 3700원

○ 타쿠미야: 서울 마포구 백범로 152, 고급 생식빵 1근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