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성들, 결혼사기에 속아 중국으로 인신매매 돼”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5-15 1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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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빚더미에 오른 파키스탄에서 젊은 여성들이 사기 결혼에 휘말려 중국으로 인신매매되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월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주 동안 20명이 넘는 중국인과 가톨릭 성직자 한 명을 포함한 현지 파키스탄 결혼중개인들이 위장 결혼 혐의로 체포되었다.



파키스탄 연방수사국(FIA)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범죄자 집단이 성매매를 위해 파키스탄 여성들을 인신매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성 1인당 1만2000달러(한화로 약 1428만 원)~2만5000달러(한화로 약 2975만 원)에 이르는 비용으로 결혼식을 주선하고, 여성들을 중국으로 보냈다는 것.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 출신 기독교도 소녀들이 인신매매 표적이 되곤 하는데, 범죄자들은 소녀의 부모에게 수백, 수천 달러를 지급한다. 파키스탄에는 약 250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있다. 전체 인구의 2%도 안 되는 소수 집단이다.

중국은 “언론의 가짜뉴스”라며 파키스탄 여성들이 매춘으로 팔려간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올해 파키스탄 신부들의 중국 비자 신청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이슬라마바드 주재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올해 140건이 신청됐고, 최소 90건의 신청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6개월 전, 파키스탄 동부 파이살라바드에서 19세 현지 기독교 여성과 21세 중국인 기독교 남성이 결혼했다. 미용사인 신부 가족은 가난했지만, 화장품 사업가인 신랑 측에서 모든 결혼식 비용을 대겠다고 제의했다. 예식은 파키스탄 관습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신부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소피아로 알려진 신부는 BBC에 정식 프러포즈를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게 됐고, 중개인이 결혼식을 재촉했다고 말했다. 결혼 일주일 후 소피아는 라호르에 있는 한 집에서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에는 다른 신혼부부들도 있었다. 여성들은 중국어를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이때 소피아는 남편이 기독교인이 아니며, 신부에게 헌신하는 데 관심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언어장벽으로 대화를 할 순 없었지만, 그는 반복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간 친구와 연락이 닿은 소피아는 남편을 떠나기로 했다. 친구는 울면서 남편이 자기 친구들과 성관계를 하라고 강요한다고 말했다. 뭔가 대단히 잘 못 되어가고 있었다.

소피아가 결혼 중개인에게 이 말을 털어놓자 그는 화를 냈다. 그는 소피아의 부모가 결혼식 비용을 모두 갚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다행히 부모가 돈 지급을 거부하고 딸을 구하러 왔다.


FIA와 시민단체,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BBC 인터뷰에 따르면, 일부 파키스탄 성직자들은 현지 신부를 확인하고 중국 구혼자들의 종교적 신임장을 증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관련 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결혼식이 끝나면, 신혼부부들은 라호르 및 다른 도시 인신매매범들이 임대한 여러 개의 방갈로에서 거주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중국으로 보내진다.

최근의 경찰의 중국인 인신매매단 소탕 작전으로 가난한 기독교 소녀들의 인신매매에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BBC는 이슬람 공동체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남편과 함께 중국에 간 가난한 라호르 출신의 한 이슬람교도 여성은 “술 취한 방문객들과 자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반복적인 신체적인 학대를 참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결혼 전 이슬람 성직자가 남편을 추천해주었는데, 중국에 가서 보니 남편은 이슬람교도가 아니었다. 메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여성은 “사실 그는 어떤 종교도 믿지 않았다. 내가 기도할 때 그는 나를 놀렸다”라고 말했다.


외간 남자와 성관계를 거부하자 남편은 매질을 했다. 그녀는 “남편은 나를 돈 주고 사왔다고 했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나를 죽여서 장기를 팔 것이라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메나는 운이 좋았다. 지난 5월초 메나의 안위를 걱정한 가족이 파키스탄 대사관에 신고했고, 대사관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중국 당국에 구조됐다.

이런 지경이지만, 중국은 인신매매 관행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단호히 부인했다. 이슬라마바드 주재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 공안부 조사 결과 중국인과 결혼 후 중국에 체류하는 파키스탄 여성들에 대한 강제 매춘이나 인간장기 판매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키스탄 당국과의 공동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우정을 손상하거나, 양국 국민간의 우호적인 감정을 해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간 60억 달러(약 7조1000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는다고 13일 로이터통신, CNN 등이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2015년 과다르항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철도, 송유관 등으로 잇는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며 중국에 400억 달러(약 47조 6000억 원)의 빚을 졌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