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 박형식 “같은 장면만 27번 촬영…연기 괜히 했나 자책도”

스포츠동아
스포츠동아2019-05-1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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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식은 탄탄한 실력 덕분에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게 제기되는 연기력 논란을 겪지 않았다. 5월 15일 개봉하는 첫 주연작 ‘배심원들’을 촬영하면서 “괜히 연기자가 됐나”라는 생각에 빠지긴 했지만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의 힘으로 시사회를 통해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진제공|UAA
■ 첫 주연영화 ‘배심원들’로 돌아온 박형식


감독님은 편하게 하라는데 나는 멘붕
꽂히면 끝장 보는 캐릭터 나와 닮았죠
요즘 스킨 스쿠버 시작…자격증 도전
6월 입대…임시완 형 “금방 간다” 놀려






5월 9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연기자 박형식(28)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옥타브 정도 올라가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색안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돌 가수로 출발해 연기자가 된 이들이 겪는 일종의 성장통을 거뜬히 딛고, 드라마를 넘어 영화로도 실력을 증명해보인 덕분이다.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박형식은 첫 주연작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제작 반짝반짝영화사)로 5월 15일 관객을 찾는다. 2008년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소재를 모티프 삼은 작품이다. 나이도, 처지도, 성향도 다른 8명의 배심원이 모친 살해 용의자 재판에 참여해 겪는 이야기다. 문소리와 김홍파, 조한철 등 노련한 배우들과 호흡 아래 박형식은 소신 있는 청년사업가를 연기한다.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봐야 하는 인물과 실제 나는 많이 닮았다”고 박형식은 말했다.




사진제공|UAA 
● “한 장면 27번이나 촬영…자질을 자책했다”


 그룹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박형식은 가수 활동과 동시에 연기자로도 나섰다. 처음부터 ‘연기력 논란’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3년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상속자들’로 가능성을 보였고, 2017년 ‘힘쎈 여자 도봉순’ 속 활약으로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마저 무색해졌다.

하지만 영화는 또 다른 영역이다. “주변에서 만날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와 이야기”에 매료돼 ‘배심원들’에 나섰지만 처음부터 “멘붕”에 빠졌다. ‘아무런 연구나 준비도 하지 말고 현장에 와 달라’는 감독의 주문을 받고 어리둥절한 채 촬영에 나서야 했다.

“선배들이 ‘아무 생각 없이 왔다’고 욕하면 어쩌나 걱정됐죠. 감독님은 눈앞의 상황이 뭔지 모르는 청년의 모습을 의도하고 줄곧 ‘편하게, 편하게’를 주문했는데 도통 뭘 원하는 건지.(웃음) 드라마에서는 재벌 2세부터 왕자, 천재 변호사 같은 역할만 해서인지 그 ‘편하게’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하하! 초반엔 같은 장면을 27번이나 촬영했어요. 20번째를 넘길 무렵 ‘괜히 연기자가 됐나’ 자책까지 했다니까요.”

극중 박형식은 ‘대세’를 따를 줄 모르는 인물이다. 재판부는 물론이고 배심원들까지 피의자를 범인으로 여기지만, 그는 미심쩍은 부분이 해소되기 전까지 고집스럽게 홀로 질문을 던진다. 그로 인해 눈총을 받지만 바로 그런 뚝심으로 사건의 전기를 마련하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내보이는 인물이다.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대사처럼, 저도 비슷해요.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봐야 하죠. 취미도 ‘등급’이 있는 분야를 할 땐 몹시 피곤해져요. 등급을 다 섭렵해야 하니까요. 얼마 전 스킨 스쿠버를 시작했는데 자격증에 등급이 있더라고요. 이왕 시작했으니 최고 단계인 마스터 자격증을 따야죠. 덕후 기질이 충만해요.”



사진제공|UAA
● “내 의견보다 주변 조언 듣는 편”


 데뷔 10년을 지나고 있는 박형식은 자신의 확고한 의지대로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소속사의 제안은 “전적으로 따르려 한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 때 ‘박형식 망해라!’(웃음) 그럴 리가 절대 없지 않겠느냐”며 “나 잘 되라고 하는 제안이니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런 성향은 꼭 일할 때만 작동하는 건 아니다. 여행을 가더라도 주도적으로 계획을 짜 움직이기보다는 동행하는 이들이 꼼꼼히 짠 일정에 몸을 맡기는 편이다.


“그래서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짜는 ‘바쁜 사람’을 좋아해요. 하하! 전 고민 안 해도 되잖아요. 제 소울 메이트가 임시완 형이거든요. 형이 바로 치밀한 성격이에요. 하루는 신분증 갖고 나오라고 하더니, 바로 공항으로 직행해 제주행 비행기에 태우더라고요. 맛집 코스까지 미리 다 짜놓아서 형만 따라다녔어요. 형은 상대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중간중간 ‘형! 최고야!’ 그런 리액션만 해주면서요. 하하!”

임시완은 박형식과 제국의아이돌에서 활동하다 비슷한 시기 연기를 시작했다. 이젠 모두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 위치에 올랐다.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서로를 향한 응원도 아끼지 않는 사이다. 박형식은 6월 10일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로 입대한다. 임시완은 먼저 복무를 마치고 3월 말 제대했다.

“시완이 형이 ‘형식아, 시간 금방 간다’ 그러더라고요. 제가 형 입대 전에 계속 했던 말인데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제가 그대로 당하고 있죠. 사실 군복무는 뭘 각오할 것도 없어요. 일단 입대하자마자 군대 법을 따라야 하니까요.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관리요? 다녀온 형들 말로는, 머리카락도 짧고 매일 군복만 입으니까 오히려 시간이 남아서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하던데요. 하하하!”

박형식은 입대 전까지 ‘배심원들’을 알리는 데 시간을 쏟을 예정이다. 복무 이후 어떤 미래를 바라고 있는지도 궁금하지만 그는 “사실 거기까진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제대할 때 누군가 저를 찾아주고 작품을 제안해주길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