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절대 유리하면 좋겠지만 불가능” 日당국자, 징용판결 ‘타협’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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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19-05-13 12: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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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다로 일본 외무상. 동아일보DB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면 한일 관계는 다른 갈등 요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다”는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일본 정부로서도 현재의 한일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동아일보와 만난 이 당국자는 지난해(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후폭풍에 대해 “과거에는 한일 갈등이 있어도 안보 및 경제 부처 관계자 모두 ‘그래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두 채널 모두 막혀 있다”고 했다. 안보와 경제 분야가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해 갈수록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심각한 갈등이 강제징용에서 시작됐기에 해법도 강제징용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강제징용 해결책이 100 대 0으로 일본에 유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나 자국 내 비판을 감수하고 정치적 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강제징용 문제는 정부 차원의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5월 2일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의 현금화 신청에) 개입을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법부 판단에 개입할 수 없음을 밝혔다. 5월 12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도 “징용 배상 문제는 한국 정부 책임”이란 취지로 발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한 후 급속히 악화됐다. 소송 원고들은 이달 5월 1일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을 현금화하겠다”며 한국 법원에 신청했다. 매각 절차를 고려할 때 이르면 8월경 일본제철은 실제 자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지난해(2018년) 10월 말 기준 강제징용과 관련해 심리 중인 소송은 14건이었으나 최근 추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새 시대 레이와(令和) 개막,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일본 내부에서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고노 외상 역시 징용배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정치적인 면에서 잘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도 5월 10일 “북한 정세를 생각하면 한미일, 한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간 군사협력 재개가) 하루아침에 될 수 없겠지만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