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주웠다고 일진에 ‘찍힌’ 소녀, 이젠 어엿한 환경운동가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5-1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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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eam Trash Girl' 페이스북
열세 살 영국 소녀 나디아 스팍스(Nadia Sparks)양은 고귀한 일을 하다가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나디아 양은 매일 등하굣길에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다가 분류해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성적과도 관련 없는 일이었지만 순수하게 환경과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습니다.

등굣길에 커다란 주머니를 들고 쓰레기를 줍는 나디아 양은 곧 동네는 물론 학교에서도 소문이 났습니다. 대부분은 선행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지만 일부 학생들은 나디아 양이 주목받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소위 ‘일진’ 학생들은 나디아 양을 ‘쓰레기녀(trash girl)’라고 조롱하며 일부러 보란 듯이 주머니칼을 빼 들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남들이 질투하고 조롱할수록 나디아 양의 의지는 오히려 더 굳건해졌습니다. 그는 아예 ‘팀 트래쉬 걸(Team Trash Girl)’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자신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팀 트래쉬 걸의 활동 목표는 매일 길거리 쓰레기 3개씩을 주워 쓰레기통에 넣거나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쓰레기 줍기를 독려하는 온라인 모임 '팀 트래쉬 걸' 멤버가 공유한 인증샷. 사진='Team Trash Girl' 페이스북
사진='Team Trash Girl' 페이스북
환경을 지키겠다는 굳은 신념과 괴롭힘에 굴하지 않는 배짱까지 가진 나디아 양의 이야기는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 홍보대사로 뽑히며 환경운동가로서 첫 발을 내디딘 나디아 양은 예술적 재능을 살려 지역 신문에 환경보호 만화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유명해지고 대중의 지지를 얻은 뒤에도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질 나쁜 아이들은 나디아 양에게 주스를 뿌리거나, 칼로 위협하거나, 심지어 주먹으로 때리는 등 경찰이 개입할 정도로 끈질기게 따라 붙었습니다. 결국 나디아 양은 전학을 선택했습니다.

새 학교 선생님인 맷 윌러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디아가 환경을 위해 아주 멋진 일을 해 왔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전 학교에서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멸칭 ‘쓰레기녀’를 SNS 모임 이름으로 삼았을 정도로 담대하고 심지 굳은 나디아 양. 온라인으로 쓰레기 줍기 인증샷을 올리며 서로 격려하는 ‘팬’들과 함께하는 그에게는 훌륭한 환경운동가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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