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창업은 피가 마르는 일… 배그 성공직전엔 2달치 월급만 남아”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12 13: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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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서울 서초구 펍지에서 만난 ‘미다스의 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실패가 훨씬 많지만 그 안에서도 성장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제공
지난해(2018년)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서바이벌 슈팅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낳은 장병규 크래프톤(전 블루홀) 의장(46)에겐 따라오는 직함이 많다. 1996년에 1세대 포털 네오위즈의 공동 창업자로 시작해 검색업체 첫눈 창업자, 게임사 블루홀 창업자, 스타트업 투자사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창업자. 4차례의 연쇄 창업을 모두 성공시키고 현재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2기째 연임 중이다.

5월 3일 서울 서초구 펍지(배틀그라운드 개발 스튜디오)에서 장 의장을 만났다. 위원회 일을 마치고 정장 차림으로 돌아온 그의 뒤로 헬멧과 탄약 자루 등 게임 아이템 모형들이 전시돼 있었다. “배틀그라운드는 좀 해보셨나”라고 묻자 “애들이 더 좋아하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삼형제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미다스의 손’인 그에게도 스타트업 경영은 언제나 모험이다.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하기 전에 블루홀 임직원 월급이 2개월 치밖에 안 남았었다. 경영진은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거죠”라며 웃었다. “창업가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소수다. 왜 이 소수는 배려를 안 해주시는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최근 수년간 기류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안에 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장 의장은 “스타트업은 무조건 오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기업엔 내일이 있다. 국제기구엔 미래가 있지 않겠나”라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사회가 한 번씩은 거쳐야 할 논의라면 WHO 같은 곳에선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10년 전 겪었던 게임 중독 논란을 넘어 현재 게임 산업을 인정하게 됐듯, 인도에서 최근 게임 중독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4차위 2기를 맞으며 그는 현장에서 부딪혔던 것들을 좀 더 느린 속도, 장기적인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정책을 예로 들었다. “어떤 분들은 인공지능연구소(AIRI)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AI는 연구센터 하나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국과 같이 학계가 모든 학문에 AI를 접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산업계도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전반적인 변화에 대한 컨센서스와 법적 뒷받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뤄진 카풀 대타협과 이어진 비판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은 다른 기반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은 한국만큼 택시 인프라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후배 창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실패가 더 많다”는 말부터 꺼내 들었다. 그가 스타트업 투자 때 아이템보다 팀을 더 보는 이유다. 최근 투자한 인도 시장 스타트업 멤버들에겐 ‘일을 그만두고 나온 중년의 절박함’이 있었다고 했다. 장 의장은 “처음 세운 사업 계획은 틀리는 경우가 많고, 아이템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계속 수정하면서 이어가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팀이라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모든 분들은 성공하기 위해 뛰어들죠. 그런데 성공은 못 하시더라도 본인의 성장을 꼭 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실패가 훨씬 많거든요.”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