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조심할 질환… 50대 백내장, 60대 치아, 70대 치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08 09: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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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남시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김진우 씨(57)는 지난해(2018년)부터 무릎이 아파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붓고, 통증 때문에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었다. 쭈그려 앉기 힘들어 유일한 취미인 옥상 텃밭 가꾸기도 포기해야 했다. 김 씨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주사나 약물 치료가 가능했을 텐데, 치료를 미룬 탓에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씁쓸해했다.

김 씨처럼 50대 이후 예고 없이 찾아온 질병에 고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을 과신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 환자들은 여러 가지 질병이 한꺼번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작은 징후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5월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50대 이상 환자들의 지난해(2018년)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50대는 백내장과 퇴행성관절염, 60대는 치아 질환, 70세 이상은 치매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앓는 질병 가짓수도 늘어 50대는 평균 5.49개, 60대는 6.69개, 70세 이상은 7.77개의 질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 50대는 눈, 60대는 이, 70대는 치매 주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사회적 지위나 소득이 높아지는 50대는 역설적으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시기다. 지난해(2018년) 병원과 약국을 방문한 환자 중 50대가 857만7599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는 597만3817명, 70세 이상은 490만4252명이었다. 1인당 연간 진료비는 70세 이상이 478만6652원으로 가장 많았다.

50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질환은 백내장이다. 지난해 40대 백내장 환자는 4만9456명이었지만 50대 환자는 20만9974명으로 40대와 비교해 4배 이상 많았다.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40대 대비 3배 가까이 많아졌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도 50대부터 급격히 늘었다.

60대는 치주 질환 환자가 50대보다 237.4% 급증했다. 만 65세부터 임플란트 시술 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내장(117.6%)과 척추 질환(75.3%)도 50대 대비 60대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 질병이다.

70세 이상에선 치매 환자 증가율이 폭발적이었다. 70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47만1929명으로 60대(3만6059명)보다 1208.8%나 많았다. 치매 환자가 고령일수록 치료비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연간 1인당 치매 환자의 평균 진료비는 60대의 경우 196만 원이었지만 70세 이상에서는 381만 원이었다. 치매 증상이 악화될수록 요양시설 입원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복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70세 이후부터는 사소한 감염도 주의해야 한다. 상처 등 감염으로 장기 상태가 급속히 나빠지는 패혈증 환자는 60대 대비 701.9%나 늘었다. 70세 이상 패혈증 환자가 사용한 1인당 진료비는 414만 원에 달했다.



○ ‘나이 들면 아프다’는 생각이 병 키워



연령대별로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피하려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그 결과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질병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수치 변화가 미미한 경우가 많아서다. 눈이 침침하거나 시력이 나빠진 것을 노안으로 여겼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백내장 환자가 많은 이유다. 당뇨병도 초기엔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전문의들은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뿐만 아니라 검진 후 작은 수치 변화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심재용 가정의학과장은 “고령자들은 건강검진에서 작은 위험 신호라도 발견되면 다시 병원을 찾아 추가 검진을 받는 등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 상태는 개인에 따라 다른데 인터넷이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얻은 정보에 의존하는 고령자가 많다”며 “대도시와 지방 간 건강 격차도 큰 만큼 고령자들이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