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가수 없는 케이팝 무대… 샤이 팬들의 파티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5-10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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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듣기 파티> 2016년 언젠가 … 준비물: 눈물을 닦을 휴지….’

시작은 이 짧은 트위터 게시물 하나였다. 2016년 5월 10일. 당시 신생 계정 ‘슬픔의 케이팝파티(슬케파)’에 올라온 글. 그 뒤로 ‘슬픔의 케이팝 플레이리스트’라는 제목하에 f(x), 티아라, 비스트, 동방신기 등 다양한 케이팝 영상이 매일 이 계정에 올라왔다. ‘추억 돋는다’는 댓글과 함께 리트윗이 이어졌다.



팔로어가 늘고 작은 의지들이 모이면서 지난해 10월 14일, 마침내 진짜 ‘슬픔의 케이팝 파티’가 첫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서울 마포구 클럽 ‘명월관’에 모인 수백 명의 ‘케이팝 팬’들은 DJ들이 트는 케이팝을 따라 부르고 춤추며 응원봉까지 흔들면서 몇 시간 동안 놀았다. 가수는 한 명도 안 나왔다. 이 자생적 파티의 주인공은 참석자들이었다. ‘갔어 오지 않아’(2PM ‘Heartbeat’) ‘나 어떡해요 언니’(f(x) ‘NU 예삐오’) 같은 가사를 활용한 재치 있는 포스터도 인기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앙코르 파티’까지 단 두 차례 오프라인 행사 뒤 사실상 고별을 고했던 ‘슬케파’가 부활했다. 11, 12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900석이 예매 개시 5분도 안 돼 전부 팔려나가 놀랐다”고 했다. 예매자의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케이팝 콘서트장에 직접 가기 어렵거나 쑥스러워 혼자 묵묵히 케이팝을 즐기던 이들이 가슴속 응어리를 맘껏 발산하는 시공간”이라고 귀띔했다.

manna, m3iji, GCM 등 DJ들의 케이팝 파티 외에 올해에는 ‘토크 프로그램’도 추가됐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와 음악기획자 조한나 씨가 케이팝 이야기를 나눈다. 김 평론가는 “1990년대 댄스 가요부터 현재까지 노랫말 등 시대 변화상을 다룰 것”이라면서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던 우리 대중음악의 단면을 부각할 의미 있는 행사”라고 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엽서와 포스터(사진)도 판다.


행사 제목에서 ‘슬픔’은 여러 의미다. 성적 대상화 같은 케이팝 산업 이면의 인권 문제에 대한 아쉬움도 들어있다.

‘슬케파’는 비슷한 활동과 트위터 계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2017년에는 케이팝 대안 커뮤니티를 모토로 하는 ‘케이팝 애티튜드’가 서울 중구 을지로 ‘신도시’에서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서울 도봉구 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은 12일 ‘2019 K-POP 댄스 페스티벌 토크콘서트’를 연다. 케이팝 안무가들의 강연과 청소년 케이팝 댄스 경연 등이 이어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