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로 남은 김정남 암살사건…北 용의자는 노래방서 자유 만끽

박태근 기자
박태근 기자2019-05-03 18: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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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방송 유튜브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티 흐엉(31)이 5월 3일 석방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에 남게 됐다. 이 사건으로 체포된 3명이 모두 석방된 것이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흐엉의 변호사인 히샴 테 포 텍은 이날 오전 7시20분쯤 흐엉이 수감 중이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까장 교도소에서 풀려났다고 전했다.



흐엉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7)와 함께 김정남 얼굴에 맹독성 물질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구속 기소됐다.

또 당시 화학 약품 전문가로 알려진 북한인 리정철(48)이 용의자로 체포 됐으나 검찰은 20일 후인 3월 3일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석방한 뒤 북한으로 추방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당초 여러 명의 북한인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밝혔으나 이중 체포된 인물은 리정철 뿐이었다. 나머지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인근 국가를 경유해 평양으로 도주했다.


결국 흐엉과 아이샤만이 남아 말레이시아에서 재판을 받아 오다가 아이샤는 지난달 4월 11일 현지 검찰이 돌연 공소 취소를 결정하면서 먼저 풀려났다. 공소 취소 이유는 검찰이 밝히지 않았다.

이날 마지막 남은 한명 흐엉도 석방되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발생 2년 2개월 만에 ‘죽은 사람은 있지만 죽인 사람은 없는’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특히 가장 먼저 석방됐던 리정철은 중국 등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 방송의 탐사보도팀은 5월 2일(현지시간) 김정남이 중국의 한 음식점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 속 리정철은 노래방 시설이 있는 음식점에서 여성과 함께 즐거운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리정철은 2년 전 체포 됐을 때 서류상으로는 톰보엔터프라이즈라는 작은 제약회사서 일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출처를 알수 없는 돈이 집에서 발견 되는 등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정황이 많았다.

당시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있는 리정철의 아파트를 수색한 경찰은 컴퓨터 기기 5대와 전화기 4대, 염화물 1병과 함께 현금 3만8000달러(약 4400 만원)를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 리정철이 일하던 회사 대표는 "그 돈이 어디서 돈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구에 대한 호의로 리정철을 고용했다는 대표는 월급도 1200달러(약 140 만원)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형식상 서류에 쓴 것일 뿐 지급하지 않았다며 "리정철이 어떻게 생활 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에 리정철의 뒤를 추적한 알자지라 탐사보도팀은 그가 '조선봉화사'라는 평양 소재의 무역회사와 연관이 있다는 비밀 활동 정황과, 북한 대사를 비롯해 외교관들과 긴밀히 연락했다는 사실 등을 확인했다. 미국과 유엔 조사관들은 리정철이 위장취업으로 신분을 감추고 북한의 제재회피를 돕는 정부요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체포 20일만에 풀어줬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국립대학의 한 교수는 "책임을 물을 절호의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알자지라의 입장 요청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