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도 안된 ‘아기 독수리’ 정은원, 류중일-정근우가 보인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4-24 09: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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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0대지만 활약은 베테랑급이다. 타율 0.337, 2루수 중 WAR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 정은원은 이제 소속팀의 안정적인 주전 자리를 넘어 태극마크까지 바라보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 한용덕 감독은 정은원(19)만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걸린다.

지난해(2018년) 신인으로 입단해 98경기를 소화하며 프로무대 맛을 본 정은원은 올 시즌 초반부터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급성장해 맹활약을 하고 있다. 두산 오재원만큼 넓은 수비 범위는 기본이며 지난해(2018년) 0.249에 그쳤던 타율을 0.337로 1할 가까이 끌어올렸다. 주자가 있을 때(0.370), 만루일 때(0.400), 득점권일 때(0.433) 방망이가 더 매서워진다. 정은원은 “공을 칠 때의 타이밍, 방향 이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잘 맞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빠른 2000년생, 아직 만 스무 살도 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다. 2017년 정은원 영입을 주도한 이정훈 당시 한화 스카우트팀장(현 한화 기술자문)은 “(영입 당시) 정근우 류중일을 떠올리는 물건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수비, 주력은 당장 통할 거라 봤지만 타격까지 완성되려면 3년 정도 걸릴 거라 전망했는데 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요즘 TV에서 정은원의 활약을 보노라면 흐뭇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아직 앳되고 곱상한 모습에 ‘대전 아이돌’ ‘진짜 아기 독수리’ 등의 별명이 붙었지만 알고 보면 ‘독종’이다. 인천고 시절인 2017년 초반만 해도 전국대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정은원이 후반으로 갈수록 눈에 띄는 활약을 자주 하기에 이정훈 자문은 계기범 인천고 감독을 찾아가 면담을 했다. 당시 계 감독은 이 자문에게 “얼굴은 순해 보여도 독종 중의 독종”이라며 “경기 날 방망이가 안 맞으면 진짜 날 샐 때까지 연습한다”고 했다. 이 자문도 “처음엔 나도 앳된 모습만 보고 안 믿었다. 근데 얼굴 보고 속으면 안 된다”며 웃었다.



2000년대 들어 태어난 밀레니엄 선두 주자를 넘어 올 시즌 KBO리그에서 2루수 중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1위(1.01)에 올라있는 정은원은 국가대표 후보로도 거론된다. 올해(2019년) 11월 야구의 월드컵 격인 ‘프리미어 12’가, 내년에는 도쿄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예정돼 있다. 한 감독도 “본인이 편하라고 2루에 고정하는 거지 유격수, 3루 수비도 된다”며 선수 홍보에 나섰다.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은 대표팀 승선의 주요 덕목이기 때문. 정은원은 지난해 선발 유격수로 4경기, 3루수로 7경기에 나서 무난한 수비력을 선보였다. 정작 정은원은 “국가대표가 꿈인 건 맞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커리어 내내 ‘안정감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 속에 욕심도 살짝 숨어 있는 듯하다. 국가대표 2루수로 이름을 날린 정근우를 팀 내에서 넘어선 그가 국제무대에도 올라 안정감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