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살인범, 계획 범죄…조현병 무관”

김혜란 기자
김혜란 기자2019-04-17 17: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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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피의자의 의도적인 범행에 무게를 두면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 4층에 사는 40대 남성 안모 씨는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고, 이후 아파트 2층 계단에서 대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안 씨는 주민들의 목과 등, 얼굴 등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고, 안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아파트 주민 5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YTN과 인터뷰에서 “지금 (피의자가) 횡설수설하다 보니까 정확하게 왜 피해자들의 목숨을 노렸는지 설명이 안 되고 있다”며 “그런데 이 사건이 있기 전 이 사람의 행적을 보면 이웃 주민에게 오물도 투척하고, 소리도 지르고, 미성년자인 여자 아이를 쫓아다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런 과정에서 이웃 간의 갈등이 결국 앙심을 품게 했고, 그래서 보복으로 이런 범죄를 계획적으로 벌인 것이 아닌지 추정을 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피의자의 조현병 전력을 언급하며 “심신미약을 인정받을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범행 동기를) 횡설수설 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까지 해볼 정도로 범행 당시 정신 상태는 상당 부분 의사 결정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 잠든 새벽 시간대에 불을 지른 다음 사람들이 몰려 나와 어디로 갈 지 예견을 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흉기 2개를 몸에 숨기고 기다리고 있다가 본인이 피해자들을 선별해 살해에 이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들 중 유달리 노인이나 무방비 상태의 미성년자들이 꽤 포함이 돼 있는 것은 (피의자가) 방어 능력이 있는 사람은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봐야 된다”며 “때문에 사리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 할 짓은 전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피의자의 조현병 병력과 관련해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24시간 양성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범행 당시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해서 수행에 옮긴 흔적들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무리 조현병 환자라고 해도 무작정 형사 책임을 조각시켜 줄 이유는 현재로서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피의자가) 중증 정신질환을 가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2010년도에 형사 책임을 조각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횡설수설하는 것이 정말 조현병 환자들이 보고하는 실제 증상이 맞는지, 아니면 자신의 (범행) 동기를 숨기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는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나중에 다시금 따져 물어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이날 SBS ‘뉴스 브리핑’과 인터뷰에서 피의자가 새벽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공격한 점, 흉기 2개를 준비한 점 등을 들어 “본인이 철저하게 계획한 정황이 여러군데서 드러난다”고 했다.

오 교수는 “흉기 2개를 준비한 것은 하나를 사용하다가 잘못될 경우 또 다른 흉기를 사용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경찰에 체포될 당시 본인 입으로 조현병을 언급했고, 현재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조현병 환자가 우발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한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이 잠든 새벽에 불이 난다면 대피하는 게 먼저지,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을 완전히 풀게 하고 공격한 계획적인 범죄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한 군데 몰아넣고, 약자들을 선별해 공격했다는 점이 다른 사건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피의자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불만,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거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을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우 본인이 생각하는 주관적인 판단을 객관화 시켜 사회에 대한 분노로 폭발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를 피하고 도주하는 방법 밖에 없다. 절대 그사람과 마주쳐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낮도 아니고 새벽 시간에 이런 사건을 벌여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는 것에 있어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전 경찰청 범죄심리 분석관도 이날 YTN에 나와 "진주아파트 피의자는 (조현병으로 인한)심신미약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살해를 할 당시, 불을 지를 당시에 이 사람이 자기가 무슨 행동을 했는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건 심신미약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