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고열 2살 아이 입원 거부하자, 무장 경찰 급습

phoebe@donga.com2019-04-02 14:25:08
공유하기 닫기
‌ 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폭스뉴스
총을 뽑아 든 미국 경찰관들은 2월 26일 이른 아침(현지시간) 피닉스 교외에 있는 주택 문을 부쉈다. “손을 들고 나와!” 어두운 현관에 들이닥친 경찰관들이 안에 있는 사람에게 소리쳤다. 경찰관들이 데려가려고 한 사람은 바로 고열에 시달리던 2살 소년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

3월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찰이 공개한 보디 캠 영상에는 잠시 뒤 아이 아버지가 나타나 두 손을 머리 위로 짚고 뒷걸음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자 어머니도 아들을 품에 안고 나온다.

소년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관들의 급습 이후, 부부의 다른 두 자녀인 4살과 6살 아이는 주정부의 보호 하에 있다. 부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에서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주변의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예방접종 거부는 부모들이 자녀의 건강할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소년의 부모 브룩스 브라이스(Brooks Bryce)와 사라 벡(Sarah Beck)은 당국이 극도로 과민반응을 보였다고 말한다. 브라이스 씨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에 “그들은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일어났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소년의 주치의가 아이가 뇌수막염(뇌와 척수를 싸고 있는 뇌막에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침입하여 염증이 생기는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을 우려했고, 법원이 정한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렇게라도 아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아이의 치료를 거부할 경우 양육권을 잃게 되기도 한다. 올해는 15개주에서 315건의 홍역이 확인됨에 따라, 당국은 더욱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대개 부모가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감염병이 확산된 것이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2월 25일 어머니 벡 씨는 2살 아들을 진료소로 데려갔으며, 그의 체온은 38도가 훌쩍 넘은 것으로 기록됐다. 의사는 아이가 무기력하고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난 후, 아이가 뇌수막염에 걸렸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벡 씨에게 아이를 응급실로 데려가라고 했다. 하지만 벡 씨는 응급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의사는 벡 씨가 아이를 큰 병원 응급실로 보내라는 권고를 무시한 것을 알고, 바로 애리조나 아동 안전부에 연락했다.

긴급 복지 점검을 나온 경찰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 촬영된 경찰 보디 캠에는 두 차례 노크를 하고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버지 브라이스 씨는 경찰들에게 “아니, 그럴 필요 없다”라고 거절했다. 집에서 나오라는 말을 듣고도 “아니, 고맙소”라고 답한다.

긴급 법원 명령이 내려졌고, 경찰은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게 됐다. 두 번 더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 기척이 없자, 경찰들은 법원 명령 사실을 말하고 문을 부수었다. 경찰이 처음 이 집에 도착한 지 거의 4시간만의 일이다.

소년은 결국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 부모는 주정부에 양육권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지만, 법원의 한 판사는 “언제 양육권을 되찾을지 불확실하다”라고 뉴욕타임즈에 말했다. 이 집의 세 아이는 모두 위탁 가정에 맡겨졌다. 벡 씨는 “우린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도 우릴 사랑한다.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지역방송국에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