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완 작가 “내 꿈은 한국형 마블… 영화화 고려해 웹툰 제작”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29 18: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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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완 작가(오른쪽)는 “최근 회사의 웹툰 아카데미에 학생, 직장인을 불문하고 제주도, 중국에서도 찾아오는 이들을 보며 웹툰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단행본 ‘신의 나라’는 드라마 ‘킹덤’의 원작 만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와이랩 제공
“잘된 웹툰이 감독, PD에게 선택돼 영상화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웹툰 제작 단계부터 영상화를 고려한 ‘기획형 웹툰’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국형 좀비물 ‘킹덤’은 만화 ‘신의 나라’를 토대로 만들었다. 드라마 ‘시그널’ ‘싸인’의 김은희 작가, 양경일 작가와 뭉쳐 ‘신의 나라’를 기획한 윤인완 웹툰 작가는 만화의 영상화를 고민하던 중 원작의 선정성과 영상 구현의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때 떠오른 대안이 바로 웹툰. 윤 작가는 “웹툰 ‘신의 나라’를 만들고 이를 다시 드라마화하기로 했다”며 “웹툰 기획·제작 단계부터 영상을 고려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완성도와 볼거리에서 호평을 받은 ‘킹덤’이 탄생했다.



기획형 웹툰 시대를 열며 ‘한국형 마블’을 꿈꾸는 윤인완 작가를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마포구 와이랩의 사무실에서 3월 22일 만났다. 윤 작가는 사무실 곳곳에 펼쳐져 있는 인기 웹툰 ‘테러맨’ ‘신석기녀’ ‘부활남’ 그림을 가리키며 “만화의 제작·기획·교육까지 모든 게 한곳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튜디오 곳곳에서는 연재 중인 인기 웹툰을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 만화는 곧 인생이다. 1996년 만화 ‘데자부―봄’으로 데뷔한 그는 양경일 작가와 함께 ‘신 암행어사’ ‘아일랜드’ 등 인기작을 쏟아냈다. 일본에서도 만화를 연재했고, 시장이 웹툰 위주로 재편되자 기획자로도 나섰다. 그는 “20년 이상 만화를 업으로 삼으며 잡지연재 시기부터 웹툰 전성시대까지 많은 굴곡을 겪었다”며 “최근 영화감독, 제작사, 배급사가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먼저 웹툰을 찾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웹툰 속 독특한 세계관이나 탄탄한 구성으로 정평이 난 그는 주로 고전 소설에서 소재를 발굴한다. 여기에 시의성을 더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테러방지법’과 ‘이슬람국가(IS)’가 이슈가 되던 때 탄생한 작품이 히어로물 ‘테러맨’이다. 그는 “스토리 구성에 있어 지켜야 할 모든 요소가 고전에는 이미 다 갖춰져 있다”며 “제 만화도 도스토옙스키나 카프카의 글처럼 언제 읽어도 날카로움과 놀라움을 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웹툰 속 캐릭터들이 연달아 인기를 끌면서 ‘한국형 마블 스튜디오’를 꿈꾸고 있다. 그는 “미국의 마블, DC코믹스를 따라 하는 거냐는 비판도 듣지만 불교의 윤회사상과 ‘초끈 이론’을 바탕으로 ‘슈퍼스트링 유니버스’라는 한국적 세계관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바라본 한국 웹툰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세계에 통할지 반신반의하던 ‘킹덤’의 성공을 보며 한국적인 내용일수록 ‘먹힌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웹툰 플랫폼 덕에 어느 때보다 글로벌 확장성이 커졌어요. 집, 카페에서 그린 작품이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미국까지 1, 2주 내로 뻗어나가고 웹툰 원작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시대죠. 할아버지가 되어도 평생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한국 웹툰, 만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