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대 사칭한 ‘랜선 남친’에게 3억 원 뜯긴 여자

phoebe@donga.com2019-03-22 14: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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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한 미국 여성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자에게 27만3000달러(한화로 약 3억 860만 원)를 사기 당했다. 이 남자는 미국 해병대 소령으로 속였다.

3월 20일 미 ABC7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출신의 56세 헤어 스타일리스트 인(Yin) 씨는 데이트 상대를 소개해주는 매치닷컴(Match.com)에 6개월 치 회비 107달러를 내고 가입했다. 인 씨는 샌프란시스코에 산다는 10세 딸이 있는 이혼한 해병대 데이비드 페레즈(David Perez)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 씨는 페레즈와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나는 그와 빨리 사랑에 빠졌다. 마치 진짜 심각한 사랑을 하는 것처럼, 그가 한 모든 말을 믿었다.”

페레즈는 “오늘이라는 건 늘 그저 평범한 날이었는데, 당신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비범해졌다”라는 등 달콤한 말을 쏟아냈다. 그는 친구들이 너무 질투할 것이라며 둘 사이를 주변에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온라인 관계가 5주 지났을 무렵, 페레즈는 비밀 임무를 받고 아프가니스탄에 가게 됐다면서 중국 은행 계좌에 돈을 입금해달라고 했다. 그는 “당신이 나를 돕기 위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최선을 다해 보길 바랄 뿐”이라며 인 씨를 재촉했다.

인 씨는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페레즈에게 총 27만3000달러(약 3억 860만 원)을 보냈다.

인 씨의 생일이 다가왔고, 두 사람은 오클렌드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하지만 페레즈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거기 갔는데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기였다.”

체이스 은행은 ABC 7에 인 씨가 기꺼이 돈을 보냈기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다고 했다. 매치닷컴은 사기꾼 페레즈의 프로필을 삭제하고, 인 씨에게 회비를 환불했다. 인 씨는 FBI에 불만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8년 연방거래위원회에 신고된 온라인 데이트 사기 피해액은 1억4300만(한화로 약 1616억 원) 달러에 달한다. 실제 신고액만 모아 놓았기에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기범들은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거나 허위로 만들어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캣피싱'(catfishing) 방식을 흔히 쓴다. 거래 개선 협회(Better Business Bureau) 국제 조사 전문가 스티브 베이커(Steve Baker) 씨는 야후 라이프스타일에 사기꾼들이 주로 사망했거나 살아있는 군인의 사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범인이 장기간에 걸쳐 사건을 꾸미는 사례도 많다. 신뢰가 쌓이면 사기꾼들은 갑자기 의료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당신을 만나러 가고 싶은데 비행기 삯이 없다거나 하는 돈이 필요한 상황을 지어내고, 금방 갚겠다고 약속한다. 대부분의 사기꾼은 나이지리아나 가나 같은 해외 거주자이기에 인도 절차가 복잡해, 범인을 특정해도 체포하고 기소하기가 쉽지 않다.

희생자들은 수치심과 자책감 때문에 입을 닫는 경우가 많다. 베이커 씨는 “진정한 사랑을 믿은” 죄 밖에 없는 피해자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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