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북미 정상회담 열자” 美가 거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20 09: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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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2018년) 11월 15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한국 정부가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를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가 사실상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과 부분적 합의라도 이루는 게 노딜(no deal)보다 낫다”며 북한과의 단계적 비핵화 이행방안 재고를 요청했지만 이 또한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19일 서울과 워싱턴의 복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를 부탁했던 만큼 북-미 외에 한국까지 3국 정상이 모여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3자 정상회담 제안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도 전달됐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월 11일(현지 시간) 이뤄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과 낮은 단계의 부분적 합의부터 이뤄 가면서 궁극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 가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의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이 스몰딜(small deal) 수준의 ‘나쁜 딜(bad deal)’보다 ‘노딜’이 낫다고 주장해 온 것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정 실장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괄 타결식 ‘빅딜’ 접근 방식을 주장해 온 볼턴 보좌관은 과거 정권이 시도했던 동시적, 병행적 비핵화 방안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3월 18일 캔자스주 지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밝은 미래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검증된 비핵화에 따라오는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화 통화 내용이 미국 정부 내에서 알려진 뒤 백악관과 국무부에서는 “한국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보는 미국 측에 ‘스몰딜’도 괜찮다는 취지로 설득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한미 간 의견 차가 커지면서 북핵 해법 찾기도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