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엽기살해… 사기 복수? 채무 앙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19 09: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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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압송 수감 중인 이희진 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씨가 3월 18일 오전 경찰에 붙잡혀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일보 제공
초호화 생활을 과시하며 유명세를 타다가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수감 중인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33)의 어머니 A 씨(58)와 아버지 B 씨(62)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A 씨는 살해를 당한 지 3주 만에 경기 안양시의 자택 아파트에서 3월 16일 발견됐다. B 씨는 하루 뒤 경기 평택시의 한 창고에 보관된 냉장고 안에서 발견됐다. 붙잡힌 주범은 채무관계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중 3명은 중국동포로 범행 직후 중국 칭다오로 도주했다. 경찰은 한국인 공범 2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

3월 18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이 씨 동생(31)은 3월 16일 오후 4시경 “부모님이 오랫동안 통화가 안 돼 이상하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 씨 동생은 형과 함께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해(2018년) 11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씨 부모가 1년여 동안 살아온 안양의 아파트에 인기척이 없자 소방관과 함께 문을 강제로 열었다. 당시 집 내부는 살해 현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말끔했다. 집 안을 확인하던 경찰은 출입구 오른쪽 방 장롱 안에서 비닐에 싸인 A 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파트 1층 폐쇄회로(CC)TV를 통해 요트 임대업자 김모 씨(34)와 중국동포 남성 3명이 지난 2월 25일 오후 3시 51분경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그로부터 15분 뒤 이 씨 부모가 아파트 건물 내로 들어서는 장면을 포착했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미리 잠입해 이 씨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를 제외한 중국동포 3명은 아파트에 들어선 지 2시간 만에 밖으로 나온 뒤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칭다오로 달아났다. 이 셋이 나가고 4시간 뒤 김 씨의 전화를 받은 한국인 2명이 아파트로 들어가 김 씨와 함께 범행 현장을 정리했다. 김 씨의 친구인 둘은 20여 분 뒤 아파트를 떠났다. 혼자 남은 김 씨는 다음 날 오전 10시경 이삿짐센터 차량을 불러 사다리차를 통해 3층에서 1층으로 양문형 냉장고를 반출시켰다. 이 안에 비닐에 싸인 B 씨 시신이 들어 있었다. 그 직후 김 씨는 차량을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인근 CCTV를 차례로 추적한 경찰은 3월 17일 오후 3시 17분 경기 수원시의 편의점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B 씨의 시신이 발견된 창고는 김 씨 일당이 지난 2월 말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150만 원을 주고 빌렸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 3명은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김 씨는 ‘B 씨가 투자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빌려갔는데 갚지 않아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동포 3명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경호원으로 고용했다’고 했다. 중국동포 3명은 한국에 살면서 수시로 중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씨 부모 아파트에 있던 현금 5억 원이 든 가방을 들고 도주했다. 이 돈은 이 씨 동생이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수입차량 전시장에서 처분한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 판매대금 20억여 원 중 일부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받을 돈 2000만 원 때문에 공범까지 끌어들여 살인을 저질렀다는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이번 사건이 이 씨의 사기 행각과 연관돼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2018년) 11월 이 씨 동생이 풀려난 뒤 일부 사기 피해자들이 이 씨 가족에게 보상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앙심을 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씨 형제를 믿고 지인들 돈까지 끌어 썼다가 4억 원을 잃은 피해자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안양=김은지 eunji@donga.com·이경진 / 평택=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