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총격 맞선 영웅들… 더 큰 참사 막았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18 10: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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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TOPIC / Splash News
3월 15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이슬람 사원 테러의 사망자가 3월 17일 현재 50명으로 늘었다고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34명의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고 이 중 12명이 위독해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수도 웰링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행 9분 전 범인 브렌턴 태런트(29)로부터 이메일 선언문을 받았다. 곧바로 보안 당국에 전달했지만 선언문에 범행 장소 등의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웰링턴의 한 이슬람 사원에 히잡을 쓴 채 나타나 신자들을 위로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테러는 태런트의 단독 소행”이라고 밝혔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런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은 더니든 공항에서 수상한 포장물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와 공항을 폐쇄했다. 더니든은 크라이스트처치 남쪽의 인근 도시로 태런트가 수년간 거주해왔다.

태런트가 범행 전 북한, 파키스탄, 터키, 서유럽 등을 방문한 점도 눈길을 끈다. 호주 노동계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다 2010년 부친이 숨진 후부터 세계 각지를 여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ABC방송은 그가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북한 양강도 삼지연 대기념비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아던 총리는 3월 18일 총기규제 강화 회의도 개최한다. 태런트는 범행에 사용한 총 5자루를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했고 뉴질랜드 460만 인구 중 약 120만 명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첫 테러 신고 후 범인 체포까지 36분이 걸린 점을 두고 경찰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테러범에 맞선 용감한 시민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의 압둘 아지즈 씨는 태런트가 총격을 시작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주변의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던지며 그의 주의를 끌었다. 태런트의 차를 향해 빈 소총을 던져 차 유리도 부쉈다. 태런트는 직후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다. 목격자들은 “아지즈가 아니었으면 사망자가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2010년부터 뉴질랜드에 살았던 파키스탄 이민자 나임 라시드 씨(50)는 총격을 저지하다 본인과 아들 탈하 씨(21)까지 모두 숨졌다.

라시드 씨가 태런트를 저지하려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그를 ‘영웅’으로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또 다른 희생자인 아프가니스탄 출신 다우드 나비 씨(71)는 태런트에게 사원 문을 열어주며 “안녕, 형제여(Hello brother)”라고 인사했지만 돌아온 것은 총알뿐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반(反)이민 논란도 격화됐다. 프레이저 애닝 호주 상원의원은 16일 멜버른의 한 극우집회에서 ‘무슬림 이민자 때문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연설을 해 공분을 샀다. 현장에 있던 한 10대 소년이 격분해 그에게 날계란을 던지자 소년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5일 테러가 백인 우월주의와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심각한 문제를 지닌 소수가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