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세살때 잃어버린 딸 극적 상봉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18 10: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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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살아생전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딸의 얼굴을 마주한 노부부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기억에도 없는 부모의 얼굴을 처음 본 딸도 펑펑 울었다. 잃어버릴 당시 세 살이었던 딸은 어느덧 중년이 돼 있었다.

3월 17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한 노부부가 54년 전 잃어버린 딸 A 씨(57·여)를 3월 13일 만났다. 노부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딸을 직접 키우지 못하고 전남 함평에 사는 친할아버지에게 맡겼다. 그러다가 1965년 할아버지가 손녀를 데리고 서울로 오던 도중 A 씨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당시 A 씨 나이는 세 살이었다. A 씨 부모는 딸을 찾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으나 당시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찾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A 씨는 서울의 한 영아원에 맡겨졌고 2년 뒤인 1967년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A 씨 어머니(78)는 죽기 전에 딸의 얼굴을 꼭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 2014년 7월 서울 구로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자신의 유전자 정보도 등록했다. 그러나 딸의 유전자 정보가 등록돼 있지 않아 모녀 간 상봉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2018년) 9월 A 씨가 “친부모를 찾고 싶다”며 한국을 찾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 씨는 자신이 머물던 게스트하우스 인근 서대문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A 씨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이 보유한 유전자와 대조해줄 것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두 유전자가 흡사하나 친자관계라고 확인할 수는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경찰은 A 씨의 아버지 유전자를 새로 채취해 대조를 의뢰했고, 결국 올해(2019년) 1월 ‘99.99% 친자관계’라는 결과를 받았다. A 씨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노부부와 A 씨는 상봉 다음 날인 3월 14일부터 국내 여행을 함께 했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A 씨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친부모와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