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이 ‘왕자님’인 日청소년 개명신청…“80세에도 이 이름 쓰라니”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3-14 14: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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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케 하지메 군. 니혼TV '슷키리(スッキリ)' 방송화면
사랑하는 자녀에게 좋은 뜻이 담긴 특별한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만국 공통이다. 기왕이면 흔한 이름보다는 기억하기 쉽게끔 개성 있는 이름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지만, 좋은 욕심도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왕자님(王子様·오지사마)’이라는 실명을 갖고 있던 10대 청소년이 자기 손으로 직접 법원에 개명 신청을 내 화제가 됐다.

개명 신청을 한 소년은 야마나시 현 고후 시에 사는 고등학생 ‘아카이케 오지사마(赤池 王子様·18)’군이다. 그의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왕자님처럼 소중한 아이’라는 뜻으로 아들 이름을 ‘왕자님’이라 지었고, 아카이케 군은 성장기 내내 주변의 과도한 관심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행히 이름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 적은 없었지만 가게에서 주문할 때나 멤버십 카드를 만들 때 부끄러웠다. 무엇보다도 80세 할아버지가 돼서도 ‘왕자님’이라 불릴 자신을 상상하면 너무 민망했다”며 개명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개명신청 승인서. 사진=트위터(@akaike_hardtype)
일본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키라키라(반짝반짝) 네임(キラキラネーム)’이라 불리는 작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키라키라 네임이란 가상 캐릭터 이름이나, 아카이케 군의 사례처럼 인명(人名)으로 쓰이지 않는 단어로 만든 지나치게 특이한 이름을 뜻한다. ‘한자로는 光宙(일본어로 光은 '히카리', 宙는 '츄'라고 읽을 수 있다)라고 쓰고 ‘피카츄’라고 읽으면 된다’는 식으로 억지스러운 이름을 붙이는 이들이 속출하자 ‘젊은 부모들이 자녀의 인생을 장난처럼 취급한다'며 아동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3월 5일 개명 신청이 최종 승인되어 아카이케 군은 ‘아카이케 하지메(肇)’라는 번듯한 이름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메’는 처음, 혹은 시작이라는 뜻이다. 새 이름과 함께 새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이 담긴 셈이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개명 사연은 13만 번 이상 공유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아카이케 군은 “키라키라 네임은 남에게 비웃음을 사거나 불필요한 관심을 받게 만든다. 부디 자식의 이름은 신중하게 지었으면 한다”며 “15세부터 부모 동의 없이 개명신청할 수 있으니 나처럼 이상한 이름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지들도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