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박수친 게 죄? 파키스탄 남녀 9명 명예살인 당해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9-03-13 14: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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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BC
파키스탄 명예살인 문제를 비판해 온 인권운동가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3월 7일 BBC는 피해자 아프잘 코히스타니(Afzal Kohistani) 씨가 6일 밤 아보타바드 시내 번화가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코히스타니 씨는 파키스탄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명예살인 사건을 2012년 세상에 알렸다. 마을 원로회는 2011년 마을 결혼식에서 춤추고 박수치며 떠드는 모습을 인터넷에 올려 공동체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남성 두 명과 여성 다섯 명을 명예살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영상에 나온 남성들은 코히스타니 씨의 형제였다.





사진=BBC 영상 캡처
사진=BBC 영상 캡처
원로회의 결정으로 인해 여성들은 남성 친지의 손에 살해당했고, 코히스타니 씨의 폭로로 조사가 진행됐지만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코히스타니 씨는 그 이후 보복 위협에 시달렸다. 그는 “영상 속 여성들은 남자 친척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2013년에는 내 형제 세 명도 명예살인 당했다”고 주장했다.

명예살인 근절 인권운동가 파르자나 바리 씨는 “코히스타니 씨는 파키스탄에서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7년 간 정의를 위해 싸웠다”며 애도했다. 코히스타니 씨를 포함해 '결혼식 박수 명예살인'에 얽힌 아홉 명의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1000여 명이 가족과 친지들의 손에 생명을 잃고 있으며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명예살인 가해자를 2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률이 2016년 통과됐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부모가 정해 준 결혼에 동의하지 않거나 혼외 관계를 맺은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집안을 더럽힌 것으로 간주된다.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