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법원 “성폭행 주장 여성, 너무 못생겨…강간 아닐 것” 판결 후폭풍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3-12 1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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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모두 여성, 피해자 사진을 근거로 판결
200여명 시위대 “부끄럽다, 중세시대 판결”
기사와 직접관련 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이탈리아 도시 앙코나의 고등법원 앞에 2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 법원에서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너무 “남성적으로 생겼다”는 이유로 그녀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며 남성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 3월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대법원은 앙코나 고등법원이 2017년 내린 페루 출신 여성 강간 사건의 피고인 무죄 판결을 취소하고, 가해자인 남성 2명에 대한 재판을 페루자의 고등법원에서 다시 열도록 지시하면서 항소심 내용이 세간에 알려졌다.



앙코나 거주 남성 두 명은 지난 2015년 당시 22세였던 페루 출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2016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 후 그들은 앙코나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판결문에는 피해 여성이 남상(男相)이라서 매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둥 판사들의 상상과 추론이 담겨 있었다.

황당하게도 판사들은 모두 여성이었고, 이들은 피해자의 사진을 근거로 결론을 도출했다. 피고인들이 그녀에게 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도 이유에 들어갔다. 한 판사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피해자의 번호를 “바이킹”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했다.


이탈리아 앙코나. 출처 | ⓒGettyImagesBank
피해자의 변호인인 신지아 몰리나로(Cinzia Molinaro) 씨는 가디언에 “나는 2017년 이 문장을 읽었고, 그래서 대법원에 상고했다”라고 말했다.

“읽는 것도 역겨웠다. 판사들은 무죄 선고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댔지만, 그중 하나는 그녀가 못생겼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또 (여성의) 사진이 이를 반영한다고 썼다.”

이번 사건은 페루 법원에서 다시 심리될 것이다. 몰리나로 변호사는 피해 여성이 저녁 수업을 마친 뒤 주점에 갔을 때 피고인들이 술에 마약을 타서 먹였다고 주장했다. 의료진도 해당 여성이 입은 상처가 성폭행과 관련이 있고, 혈액에서 벤조디아제핀(정신 안정제용 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몰리나로는 이 여성이 남성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앙코나 지역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후 고향인 페루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앙코나 항소심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한 여성단체 ‘반란 네트워크’의 대변인 루이자 리찌텔리(Luisa Rizzitelli) 씨는 “중세 시대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리찌텔리 씨는 “최악은 두 남성을 석방한 여성 판사 3명이 말한 문화적 메시지다”라며 “남성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라면 강간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끄럽다. 그러나 시위에 거의 200명이 모인 것은 이탈리아에선 기적”이라며 “다행히 그런 주제에 민감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