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비핵화 아무도 지지 안해”… 빅딜 노선 굳히는 美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11 09: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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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피해지역 찾은 트럼프  3월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토네이도로 23명이 숨진 앨라배마주 보르가드의 한 침례교회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원봉사자들이 환영의 뜻을 보이자 그들의 모자와 성경책에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보르가드=AP 뉴시스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 오던 동시적, 병행적 비핵화 접근 방식을 사실상 접었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으로 워싱턴의 대북 기류가 점차 강경해지고 있는 것이다.





○ ‘단계적, 동시적’ 로드맵의 종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미국의 향후 대북 협상 방향을 설명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이 정부에서 단계적 접근(step-by-step approach)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아예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한 ‘빅딜’을 놓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상 실무팀 간 의견이 다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고위 당국자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및 6자회담 등 북한과 오랫동안 협상을 하면서 점진적인(incremental) 방식을 시도했지만 솔직히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에는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단계별로 조합해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 구상을 접고, 일괄 타결을 뜻하는 ‘빅딜’ 방식을 밀고 나가겠다는 방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했던 모든 약속들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단계적 접근 방식을 언급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3월 8일(현지 시간)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 내부 강경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영변은 물론이고 전체 대량살상무기(WMD)의 폐기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어서 합의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화염과 분노 2.0 버전’ 경고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의회나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물론 북-미 협상에 관여해 왔던 행정부 관계자들도 강한 대응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는 북한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뻣뻣한 태도로 일관하며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아 협상 관계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더 이상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 테스트도 없다”며 과시해 온 주요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가 뿌리부터 흔들린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작업이 2월 중순에 시작됐다는 소식도 미국을 속인 행위라는 점에서 강경파들을 자극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국방연구국장은 “빅딜 요구에 화가 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화염과 분노 2.0’ 버전(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AFP통신은 3월 8일 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는 자신과 김정은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과거 비핵화 협상과의) 차이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니 타운 38노스 연구원은 “북한은 ‘전통적이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 그들에게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