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후쿠시마産? 여전한 日식품 공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11 09: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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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대디’ 심모 씨(36)는 마트에서 일본산 식품을 고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포장지 뒷면 원산지 표기 칸에는 ‘일본’이라고만 적혀있을 뿐 2011년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현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생산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 씨는 영어로 적힌 제조업체의 이름을 힘겹게 일본어로 번역해 검색해 보고 나서야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곤 한다.

11일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8년이 되는 날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원전 사고 지역 인근에서 만든 식품을 피하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하고 있다. 현행법상 수입 식품의 포장지 겉면엔 국내 수입 및 판매업체의 주소를 적도록 돼있지만 정작 현지 제조업체의 경우엔 업체명만 표시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육아 커뮤니티에선 “해외 검색엔진으로 찾아보니 아이가 먹던 식품이 후쿠시마 인근에서 제조된 것이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일본산 식품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해당 제조사의 모든 제조공장 위치를 화면에 띄워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나왔다. ‘RadDog’(방사선을 찾는 개라는 뜻)이란 이름의 이 앱은 출시 2개월 만에 3만여 명이 내려받을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일본 내 생산 공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에서 반경 160km 안에 있으면 개가 ‘멍!’ 하고 짖는 경고 화면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강남구의 한 수입식품 매장에 진열된 일본산 식품 34개를 대상으로 시연한 결과 14개에서 경고 메시지가 떴다. 이 앱을 개발한 황찬유 씨(29)는 “마트에서 일본산 식품을 고르다가 부실한 원산지 표시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고 직접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쿠시마와 인접한 지역의 농산물 27개 품목과 수산물 전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고, 가공식품은 들여올 때마다 방사능이 검출되는지 정밀 검사하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가 부실하다”는 소비자의 지적이 이어지자 식약처는 다음 달부터 일본산 식품의 제조업체 주소를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제품의 겉면이 아닌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만 공개하는 방식이라 소비자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한편 일본의 소비자들도 후쿠시마산 제품을 기피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청이 최근 실시한 ‘식품의 방사성물질 관련 의식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이 원산지인 식품의 구매를 망설인다’는 이들은 5176명 중 646명으로 약 12.5%였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일본인들도 여전히 후쿠시마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