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보석 결정 된 MB, ‘반신반의’한 이유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7 09: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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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지 349일 만에 법원으로부터 조건부 보석 허가를 받고 3월 6일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법원의 허가 없이는 자택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받아들일지 말지를 답변해 주십시오.”

3월 6일 낮 12시 6분경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03호 소법정.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0기)가 엄격한 보석 조건을 제시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78)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상의한 뒤 재판부의 조건부 보석을 받아들였다.





○ 구속 만료 뒤 석방 대신 ‘자택구금’ 보석

이날 보석 심문은 오전 10시 5분부터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과 검찰 측 프레젠테이션(PPT)이 끝나자 오전 11시 55분 정 부장판사는 “보석 청구 결정 여부를 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증인석으로 걸어갔다. 양손으로 증인석 의자를 짚자 정 부장판사는 “불편하시면 앉아도 된다”고 권했다. 이 전 대통령은 2분간 서 있다 의자에 앉았다.

정 부장판사는 11분간 주거지 및 통신·접견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자택구금’(Home Confinement)을 제안하는 이유를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구속 기한이 만료돼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된다”고 했다. 이어 “구속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조건을 주고 석방하면 구속영장의 효력은 계속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구속된 피고인을 보석 석방할 때 주거지와 활동범위를 극도로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만료되는 4월 8일 이후엔 오히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더 높아진다고 보고, 조건부로 보석을 인용하는 ‘묘수’를 내놓은 것이다. 보석 인용 사유를 언급하지 않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보석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 MB “날 증거 인멸할 사람으로 보는 거냐”




이 전 대통령은 휴정한 13분 동안 법정 밖 구치감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강훈 변호사(65·14기)와 상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엄격한 보석 조건에 “나를 증거 인멸할 사람으로 보는 거 아니냐”며 기분 나빠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이 크고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더욱더 엄한 조건을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강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낮 12시 19분 법정에 다시 돌아온 이 전 대통령에게 정 부장판사는 ‘조건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증인들은 제가 구속되기 이전부터 오해의 소지 때문에 만나지 않았다. 철저하게 공사를 구분한다”고 답했다.

정 부장판사는 보석을 인용하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라는 역사적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어떤 선입견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MB 측근들, 구치소 앞 환호



낮 12시 31분 보석 심문이 끝나자 이 전 대통령은 측근, 지지자들과 악수를 주고받았다. 측근들에겐 “지금부터 고생이다. 나중에 보자”고 했다. 지지자들이 ‘건강하십시오’라고 외치자 “네.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떠났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3시 47분 동부구치소 정문을 나선 뒤 차량에 탑승했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선임고문(74),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73),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62) 등 측근 20여 명은 정문 앞에서 “이명박! 이명박!”을 외쳤다. 이 전 대통령은 차량의 속도를 줄이도록 한 뒤 창문을 내려 측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10분 논현동 사저에 도착했다.


김예지 yeji@donga.com·김동혁·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