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VR이용 체육수업… 학부모들 측정기 들고와 미세먼지 점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10 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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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에서는 실내에서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최악의 미세먼지가 학교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서울 삼양초등학교는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체육수업을 마련했다. 또 5일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한 학부모들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학교를 찾아 미세먼지 농도를 점검하기도 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친 3월 5일 오전 9시 서울 강북구 삼양초는 이날 새로 입학한 1학년생들을 학교 내 실내 체육공간인 ‘VR스포츠실’로 안내했다. 100m² 규모의 VR스포츠실 한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메인 컴퓨터에서 어떤 스포츠를 할지 선택하면 스크린에 관련 스포츠 영상이 나왔다. 시중에 있는 ‘스크린골프장’과 비슷한 형태다. 센서가 학생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스크린에 구현한다. 실제 축구공을 놓고 발로 스크린으로 차거나 양궁 화살을 쏘면 골이 들어가거나 과녁에 꽂히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VR스포츠실’에서 축구, 양궁, 소프트볼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최현섭 삼양초 교장은 “지난해 초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 공간을 만들었다”며 “미세먼지 속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없지만 체육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재학생 차해인 양(9)은 “밖에 나가면 마스크를 쓰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데 이곳에선 맘껏 뛰어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달 내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것을 예상해 학급별 이용시간도 미리 배분해놓았다.

또 이날 실내 공기질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은 소형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학교를 찾아 교실과 복도, 강당 속 미세먼지 농도를 살피기도 했다. 지역 맘카페에는 “우리 애 학교 교실 안 초미세먼지가 m³당 1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 넘는다”며 측정기 인증샷과 함께 올라온 글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를 등교시킨 뒤 학교 주변을 맴돌며 창문을 열어두었는지를 관찰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미세먼지 단계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서울시교육청도 5일 오전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학사일정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각 학교에 내렸지만, 학부모들은 “미온적 대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세종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어제(4일)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했는데 교육청 페이스북에는 야외활동을 하는 어린이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며 “그만큼 교육당국이 미세먼지 문제에 둔감하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휴업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교육당국이 일괄적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휴업이나 단축수업을 강제할 수 없다.

조유라 jyr0101@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