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겠어, 공심채”… 동남아의 맛에 빠진 식탁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6 1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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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음식이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고 있다. 이마트에선 동남아 대표 식재료인 ‘공심채’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 제공
ⓒGettyImagesBank
충남 논산시에 있는 특성화 작물 재배업체 ‘온채’는 2017년 2월 변신을 시도했다.

이 업체는 이전까지는 유럽식 요리에 맞는 미니로메인 등 채소류를 생산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동남아 음식의 인기를 보고는 동남아 채소인 ‘공심채’를 재배하기로 했다. ‘모닝글로리’로도 불리는 공심채는 줄기 속이 대나무처럼 비어 있어 주로 볶음 요리로 동남아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그 결과 지난해 공심채 단일 품목의 매출만 4억∼5억 원 규모가 됐다. 김영환 온채 대표(61)는 “베트남 배추와 고추 등도 재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공심채의 인기가 높아져 최근엔 마트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음식이 대한민국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으로 가는 여행객이 꾸준히 늘면서 동남아의 맛도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 많이 섭취하는 채소류 등을 통해 동남아 음식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부터 마트에서 파는 가정간편식(HMR) 등을 통해서도 동남아의 맛이 대중화되고 있다.

최근엔 공심채뿐만 아니라 다른 동남아 채소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선 대형마트에선 쌀국수에 빠지지 않는 고수는 물론 레몬그라스, 베트남 고추가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동남아 음식의 인기는 소스 판매량 추이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이마트의 2017년 대비 수입 소스류 매출은 5% 늘었지만 동남아 관련 소스는 42% 늘었다. 그중에서도 쌀국수와 팟타이 소스의 매출은 같은 기간 51%가 올라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구남 이마트 채소 바이어는 “집에서 동남아 음식을 해먹는 인구가 그만큼 많이 늘었다는 의미”라며 “향후 베트남 향신채소의 종류를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는 베트남 현지 업체와 손잡고 베트남 쌀국수를 내놨다. GS25 제공
편의점 등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동남아 음식은 선택지가 됐다. GS리테일은 GS25 등에서 동남아 과일인 ‘쿤나 망고’를 판매하고 있다. GS리테일은 베트남 현지의 용기라면 중 판매량 2위인 ‘뽀띠뽀 쌀국수’도 수입해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2018) 9월 베트남의 차가운 면요리인 분짜를 도시락 형태로 내놓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동남아 음식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선 동남아 음식을 활용한 가정간편식이 자리를 잡았다. 동남아 음식 특유의 향을 강화한 음식들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2017년부터 베트남 현지 라면 생산업체인 ‘에이스쿡 베트남’과 손잡고 베트남 쌀국수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은 고수를 기존 제품들보다 더 많이 넣었지만 인기가 여전하다.

유통업계에선 이 같은 동남아 음식의 대중화가 당분간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식, 일식에 이어 동남아 음식이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해지고 있다”면서 “현지의 독특한 향 등을 살린 동남아 음식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