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히어로 등장… “페미 영화 안봐” vs “N차 관람할 것”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6 1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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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인 배우 브리 라슨이 캐스팅된 뒤 영화 ‘캡틴 마블’은 현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성대결 논란에 휘말렸다. 평범한 인물이 초인이 돼가는 모습을 그린 기존 히어로물과 다르게 ‘캡틴 마블’은 한 여성이 자신이 가진 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히어로 연합 ‘어벤져스’의 탄생 과정도 담겨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역대 최강 빌런(악당) 타노스가 우주의 질서를 통제하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손가락을 튕기자 세상의 절반이 사라졌다. 한 줌의 재가 되어가는 국제평화유지기구 실드의 닉 퓨리 국장(새뮤얼 잭슨)은 누군가를 급하게 호출한다.
이미 ‘캡틴 마블’의 출현은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쿠키 영상에서 예고됐다. 6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영화 ‘캡틴 마블’은 미 공군 파일럿 시절의 기억을 잃고 우주 전사 크리 종족으로 살아가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주인공. 타노스와 대적할 만한 새 히어로의 등장으로,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프리퀄인 셈이다.





‘캡틴 마블’은 사실 개봉 전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영화까지 성대결 대상이 돼 ‘평점 전쟁’이 벌어졌다. 시작은 캡틴 마블 역할을 맡은 배우 브리 라슨이 지난해 “(캡틴 마블은)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다.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소신을 밝혀 왔다.

이에 일부 남성 편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묻은 영화는 믿고 거른다” “차라리 불법 다운로드로 보겠다(?)” 등 악평과 함께 포털 사이트 ‘평점 테러’가 잇따랐다. 반대로 여성 편향 커뮤니티에선 “한남(한국 남자)들 없으면 영화관이 쾌적하겠다” “N차 관람하겠다” 등 최고 평점으로 맞불을 놨다. 어쨌거나, 개봉 하루 전인 5일 실시간 예매점유율(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90%, 사전 예매량 38만 장을 넘기며 확실히 이목은 끌었다.

논란과 별개로, ‘캡틴 마블’은 제작 때부터 ‘여성 영화’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MCU의 첫 여성 주연 히어로 영화인 데다 여성 감독 애나 보든이 연출하고 작가진도 여성 위주로 구성했다. 북미 개봉일이 세계 여성의 날인 8일로 정해지자 현지에서 “페미니즘을 활용해 흥행 몰이를 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악평 세례로 지난달 미국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이례적으로 개봉 전 영화에 코멘트를 다는 기능을 없애기도 했다.


실제로도 영화는 ‘확실히’ 압도적인 한 여성의 서사다. DC코믹스 슈퍼맨처럼 “히어로들 간 파워 밸런스가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답게 캡틴 마블은 무지막지한 힘을 뽐낸다. 총제작비 1억5200만 달러(약 1712억 원)에 걸맞은, 지구와 우주를 오가는 전쟁 장면은 혼을 쏙 빼놓는다.

그가 불시착한 지구는 아이언맨도, 캡틴 아메리카도 없는 1990년대. 술집에 울려 퍼지는 당대 음악과 스트리트파이터 같은 게임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컴퓨터그래픽(CG) 덕에 만나게 된 주름 없는 새뮤얼 잭슨도 반갑다. 그가 한쪽 눈을 잃게 된 다소 황당한(?) 이유도 나온다. 영화가 끝난 뒤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일부 영상이 등장하니 자리를 뜨지 말 것을 권한다. 12세 관람 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