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최고지도자 “이슬람도 일부일처제가 원칙”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5 11: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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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지도자로 꼽히는 셰이크 아흐메드 엘 타예브(사진)가 이슬람 문화권에서 허용돼온 ‘일부다처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3일 AP통신 및 이집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예브는 “결혼이 반드시 일부다처제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 (이슬람에서도) 일부일처제가 원칙이며, 일부다처제는 예외”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일부다처제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불공정한 일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고 부족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에선 남성이 최대 4명의 부인을 둘 수 있도록 허용한다. 만약 아내를 여러 명 뒀다면 경제적 대우뿐만 아니라 사랑의 감정도 모든 아내에게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타예브는 “아내를 여러 명 두려는 남성들은 반드시 모든 부인에게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며 지키지 못할 경우 일부다처제는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타예브는 이슬람 수니파 신학의 총본산인 이집트 알아즈하르 사원의 대이맘(최고지도자)이다.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슬람 발상지 아라비아반도를 찾았을 때 그는 이슬람 수니파의 대표자로 교황과 함께 ‘종교적 극단주의를 반대하는 인류 박애’를 담은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그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알아즈하르 사원은 “일부다처제를 폐지하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에서도 일부다처제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일부다처제의 옛 전통이 남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단순히 성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에서 부모나 남편을 잃은 뒤 보호가 필요한 여성과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다처제를 무조건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집트 수니파 지도자 중 한 명인 왈리드 이스마일은 “남편의 두 번째 결혼 때문에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라면 천국의 향기를 맡을 자격이 없다. 결혼 사실을 굳이 첫 번째 아내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슬람권에서도 일부다처제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튀니지와 터키에서는 일부다처제가 법적으로 금지됐고 이집트에서는 첫 번째 부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두 번째 결혼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이집트의 한 의원은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또 다른 결혼을 하면 남편에게 6개월의 징역형을 내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꾸란에서는 이혼을 피하라고 가르치지만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남편이 두 번째 결혼을 한 뒤 첫 번째 부인과 낳은 자녀를 부양하지 않는 등 일부다처제로 빚어진 분쟁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이혼 서류 발급건수는 2017년 1만4000건으로 전년(1만3000건)보다 1000건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