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대1 교육 받는 ‘끝둥이 사법연수생’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5 09: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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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50기 연수생 입소식에서 유일한 입소자 조우상 씨가 선서문을 읽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홀로 입소하게 돼 부담감도 있지만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3월 4일 오후 2시 10분경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회의실. 사법연수원 50기 입소식에 참가한 유일한 입소자 조우상 씨(33)가 연수원 교수와 직원 등 30여 명 앞에서 포부를 밝혔다.



조 씨는 “(교수님들이)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회의실 맨 뒤편에 앉아 있던 조 씨의 어머니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해맑게 웃었다. 조 씨의 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아들의 모습을 찍었다.



○ 12개 과목 중 10개 ‘나 홀로 수업’




1971년부터 법조인을 양성해 왔던 사법연수원은 이날 마지막 입소자를 받았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2008년 사법연수원 39기 입소 때는 역대 가장 많은 1001명이 입소했지만 이날 입소자는 조 씨 1명뿐이었다.

조 씨는 만 29세였던 2015년 제57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8월 법무관이 아니라 사병으로 군에 입대했다. 만 30세 이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변호사 자격을 따야지만 법무관이 될 수 있는데 조 씨는 연수원 입소 전 입대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2018년 5월 군 복무를 마친 뒤 연수원에 입소해 50기가 됐다.

연수원은 2년제 과정이다. 올해 2년 차 과정을 밟는 연수원생은 2018년 3월 입소한 49기 61명, 복학생 4명 등 65명이다. 1년 차 과정을 밟는 연수원생은 조 씨 혼자다.

조 씨는 1학기 정규 강의 12개 중 10개를 교수들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거나 지난해 수업을 녹화한 영상으로 수강한다. 일반 법률 과목의 경우 절대평가를 받게 된다. 선배 연수원생들은 상대평가를 받았지만 조 씨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과목에 따라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따야 통과하거나 ‘A, B, C, D’ 등급 중 한 가지를 받는 방식 등이다. 연수원 교수는 모두 33명이다.


조 씨는 취재진에게 “강의 영상을 보고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불이익이라는 생각은 없다. 앞으로 ‘수료 후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활짝 웃었다.

조 씨는 정규 강의 2개와 특별 강의를 2년 차 연수원생들과 함께 듣는다. 효율성을 고려해 내년 수업을 미리 당겨 듣는 일종의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다. 2년 차 연수원생들과 함께 수강하는 강의는 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지만 평가 기준은 별도다. 조 씨는 입소식 직후 ‘첫 수업’을 2년 차 연수원생들과 함께 들었다.



○ 일본 사법시험도 합격




조 씨는 도쿄(東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2011년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가깝지만 먼 나라인 두 나라의 법률을 안다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일 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진로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한일 관련 기업 변호사나 검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조 씨와 연수원 동기가 될 가능성이 거론됐던 한인섭 서울대 교수(60) 등 2명은 연수원 입소를 하지 않았다. 김문석 사법연수원장(60·사법연수원 13기)은 축사를 통해 “사법연수원은 이 자리에 있는 조 씨를 끝으로 새 법조인 양성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법관연수, 국제 사법화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